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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텔레비전의 시대는 겨우 한 세대 안에서…'

입력 2019-10-17 22:10 수정 2019-10-1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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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텔레비전의 시대는 겨우 한 세대 안에서 태어나고 기울어져 간다"
- 어빙 팽 전 미네소타대 교수

1998년의 어느 날…

미디어의 역사를 가르치던 방송 언론인 출신의 노교수는 이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가 어린아이였던 1930년대에 뉴욕에선 세계박람회가 열렸고, 그는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박람회 구경을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바로 세상에 처음 나온 텔레비전을 봤다는 것.

그리고 20세기가 끝나 가던 1990년대 말에 그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던 그 시기에, 이미 텔레비전은 인터넷에 영광의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리 실감하진 못했으나 한 시대가 기울고, 또 다른 시대의 먼동이 터온다는 것쯤 알고는 있었지요, 모두가…

그리고 지금은…

비로소 매스미디어가 그 커다란 덩치로 사람들의 생각을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가버렸다는 걸 우리는 체감하고 있습니다.

< 포스트 모더니즘 > 근대적 객관성을 부정하고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 절대 진리는 없다고 주장
< 포스트 트루스 >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과 개인적 신념이 여론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

이제는 낡아버린 포스트 모더니즘이나 그것의 최근 버전이랄 수 있는 포스트 트루스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매스 미디어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매스 미디어의 오류를 찾아내 그 권위를 해체합니다.

그것은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정보의 평등화가 촉발한 혁명이랄까…

소위 진실이란 것이 매스미디어의 전유물이 아니란 것은 최근의 조사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지요.

장관 한 사람의 임명과 사퇴를 둘러싼 논란은 기존의 미디어와 이들을 소비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 간의 치열한 쟁투가 되었습니다.

이 정치적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미디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입니다.

성희롱 논란으로 번진 엊그제의 유튜브 방송도 따지고 보면 그 본질은 거대 미디어와 일인 미디어의 진실 공방…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합쳐서 20개의 채널을 가진 공룡 미디어와 유튜브 일인 미디어 간의 이 논쟁은 디지털 혁명이 가져온 사회적 현상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이쯤에서 돌이켜보는 노교수의 말…

"텔레비전의 시대는 겨우 한 세대 안에서 태어나고 기울어져 간다."

벌써 20여 년 전에 그는 이 말을 하면서 한숨을 쉬었는데, 그 한숨의 의미야 여러 가지가 섞인 것이겠으나 아마도 그중의 한 가지를 짚어내라면…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매스미디어의 전성시대는 가고 있다는 것…

20년 전의 고민이 한국 사회에서 현실화되는 것일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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