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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제로페이' 출범 10개월…손님도 상인도 '외면'

입력 2019-10-1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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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며 정부가 추진한 제로페이가 출범한 지 10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외면받고 있습니다. 별다른 혜택은 없고 번거롭기만 하니까 찾는 손님이 없고 자연스레 상인들과도 멀어졌다는 것입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 입니다.

[기자]

제로페이 홍보 문구가 곳곳에 붙어있습니다.

이곳은 지난해 서울시가 지정한 제로페이 시범상가 10곳 중 한 곳인 영등포역 지하쇼핑센터인데요.

올 초만 해도 사용률이 굉장히 저조했다고 합니다.

시행한 지 열 달째인 지금은 어떨까요.

안쪽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상가마다 가맹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결제해달라고 요청하자 안 된다고 말합니다.

[A씨/상인 : 안 돼요, 우리 안 돼. 그거 어떻게 하는 거고 도대체 한 번도 안 해봤다.]

사용이 가능한 곳에서 직접 결제를 해봤습니다.

QR코드를 찍어 소비자가 금액을 입력하면,

[(얼마예요?) 1만4000원이요.]

연동된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 상인에게 알림이 가는 식입니다.

[B씨/상인 : (된다고) 적혀 있는데 하는 사람이 없어서.]

찾는 손님이 없다 보니 상인들도 써본 적이 없는 것입니다.

올해 홍보비만 98억 원을 썼는데 일반 시민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기만 합니다.

[시민 : 들었지만 뭔지 몰라요. 그렇게 하려면 카드를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곳은 서울 중랑구에 있는 우림시장입니다.

재래시장 중에서 제로페이 가맹점이 비교적 많은 곳에 속하는데요.

그렇다면 실제 사용은 어떨지, 안쪽으로 한 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지난 3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이곳을 찾아 사용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점포 총 126곳 중 105곳이 가입했습니다.

가게 앞쪽에는 이렇게 보시다시피 제로페이가 가능하다는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하지만 어딜 둘러봐도 스캔할 수 있는 QR코드는 마련돼있지 않은데요.

안쪽으로 들어와 보면 여기 이렇게 한켠에 뒤집어놓은 것이 QR코드입니다.

지금은 찾는 사람이 없어서 떼어놓은 상태라고 합니다.

[강신갑/상인 : 붙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뗐죠, 추석 전에. 필요치 않은 걸 자꾸 국민 혈세가 나가는 것에 대해 감정은 안 좋죠.]

[C씨/상인 : 우리 아저씨가 떼었네. 장사하는데 좁은데 안 찾고 그러니까.]

제로페이 앱 역시 사용한 적이 없어 로그인을 못 합니다.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되는 거야? 모르겠네. (접속을 너무 오랫동안 안 하셔서) 할 이유가 없으니까 안 한 거죠.]

서울시청 인근 상가에서는 종종 결제가 이뤄지지만, 공무원이 대부분이라고 말합니다.

한 식당에서 점심시간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1시간 동안 160건이 결제됐는데, 이중 제로페이는 단 1건이었습니다.

휴대폰을 단말기에 대기만 하면 끝나는 민간 간편결제 시스템과 달리 바쁜 시간, 제로페이는 손님과 상인 모두에게 부담입니다.

[박승택/상인 : 손님이 이걸 갖다 대고 찍고 저희한테 확인을 시켜줘야 되거든요. 손님들도 불편하고 그러니까.]

사용자에게 큰 혜택이 없는 점도 외면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허도담/서울 노고산동 : 신용카드 같은 경우는 항공마일리지나 이런 걸 주는 부분이 있어가지고.]

[이경전/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 아주 솔직하게 신용카드 소득공제 아예 없애버리고 이제 그런 제로페이나 간편 결제만 소득공제를 한다고 해야 하는데. 불공정 경쟁이 되니까.]

지난달까지 제로페이 누적 사용액은 385억 원입니다.

투입된 예산 174억 원의 2배를 간신히 넘는 수준입니다.

서울시는 소득공제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서울시 제로페이 추진단 : 연말 소득공제 40% 추진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에 홍보부터 한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왔습니다.

제로페이 10만 호 점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내년 상반기 목표는 50만 호 점이라고 합니다.

가맹점 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인데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더 많은 소비자와 연결해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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