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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까치발 들고 조심조심…'은행열매와 전쟁'

입력 2019-10-1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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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마다 이맘때면 은행나무에서 열매가 썩어 나는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그래서 그물망이나 제거기가 동원되기도 합니다. 최근에 몇 년 동안 여러 아이디어와 대책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역부족입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큰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들, 대부분이 은행나무 입니다.

나무 아래로 시민들이 오갑니다.

까치발을 들고 가고, 이리저리 피해 다닙니다.

바닥에 떨어진 은행 열매 때문입니다.

길 양쪽 가로수가 모두 은행나무인 서울 종로구의 한 길입니다.

이럴 때면 바닥에는 은행나무 열매들이 한가득 떨어져 있습니다.

인도 위로 떨어지다 보니까 대부분 은행나무 열매는 밟히고 터져서 지금 특유의 냄새도 나고 있는 상황인데요.

본격적으로 열매가 떨어지는 시기가 시작되면서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는 여기저기 지저분해졌습니다.

열매가 내뿜는 냄새는 더 괴롭습니다.

[박보라 전명균 : 똥냄새나고. 굳이 냄새나게. 이럴 줄 알고 심은 건가?]

[나타샤/스위스 : 냄새가 안 좋아요. 우리 살던 데 하나 있었는데 냄새나서 치워버렸어요. 아마 한국의 특수성 아닐까요.]

무심코 지나다가 밟고, 뛰다가도 밟습니다.

피하려고 해도 곳곳에 깔려 있어 터지기 일쑤입니다.

[나 밟았다. 아! 나도 밟았다. 난 안 밟았어.]

환경미화원들은 고역입니다.

치우는 것이 일입니다.

[환경미화원 : 많이 떨어지죠. 여기 횡단보도 같은 데는 밟으면 냄새나니까 유난히 신경 써서 쓸어야 돼요.]

불안하게 매달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열매들.

공중전화 위도, 시민들이 오가는 공원에도 열매가 잔뜩입니다.

이 열매의 악취는 겉껍질에 포함된 지방산 성분 때문입니다.

사람이나 차가 밟아서 으깨진 껍질이 땅바닥에 눌어붙으면서 냄새가 나고 있는 것인데요, 치우려고 해도 이렇게 얼룩덜룩 자국이 남아서 골칫거리가 됐습니다.

은행 냄새가 어느정도인 것일까.

측정해봤습니다.

은행에 가져다 대자 복합 악취 수치가 올라갑니다.

100을 넘어 금세 400까지 올라갑니다.

500을 넘어가는 하수구 주변 공기를 밑도는 수치입니다.

지자체들은 쏟아지는 민원에 해결책을 내놨습니다.

나무 줄기 주위로 은행 열매가 가득찬 그물이 달려있습니다.

열매가 바닥을 더럽히는 것을 막기 위해 그물망을 쳐놓은 것입니다.

[주민 : 이거 해놓으니까 좋더라고. 이게 떨어지니까 밟고 다니고 냄새가 너무 났잖아.]

기계를 동원하기도 합니다.

진동을 주자 은행 열매가 비 오듯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나무를 미세하게 떨리게 해서 열매를 다 털어내는 장비입니다.

사람이 손으로 할 때는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1분이면 다 털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요.

이 한 그루에 50kg가 넘는 열매가 나온다고 합니다.

[권중학/대전 대덕구청 공원녹지과 : 보통은 80에서 90통 가까이 (민원 전화가) 오는데. 높이까지 제한이 있었는데 이 장비는 깔끔하게.]

다른 나무로 바꿔 심는 곳도 있습니다.

지난 2013년 부터 5년간 전국적으로 약 5300그루의 은행나무가 없어졌습니다.

57억 원 넘는 돈이 들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나무 중 35% 가량이 은행나무입니다.

전국으로 따지면 12%입니다.

최근 몇 년간 지자체마다 여러 아이디어와 대책을 내놓고 개선해왔지만, 불쾌함을 해소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나무가 보기 좋아 가을철만 좀 참으면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은행나무는 사실 공해나 미세먼지를 막는데 매우 효과적인 나무입니다.

단지 두 달의 냄새 때문에 키워온 나무를 모두 바꿀지, 아니면 나머지 열 달을 생각해서 보존할지 고민하는 사이 우리 주위에 서있는 나무들은 매년 찾아오는 불청객 신세가 됐습니다.

(영상취재 : 서진형 / 인턴기자 : 박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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