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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집·밭 옆 '돼지열병 살처분' 매몰…주민 갈등

입력 2019-10-03 21:40 수정 2019-10-03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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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수많은 돼지들이 살처분 되고 있습니다. 살처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늘 있어왔습니다. 최대한 동물의 희생과 고통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이렇게 사람들을 위해 희생당한 돼지들은 살처분이 돼서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 강화군의 한 농촌 마을.

강화군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빠르게 확산되자 지역 내 모든 돼지를 살처분한 곳입니다.

주택들이 모여 있는 농촌 마을입니다.

주로 밭농사를 짓는 곳인데요.

그런데 이 땅을 보니 맨흙이 전부 드러나 있고 옆에는 플라스틱 통 다섯 개가 묻혀 있습니다.

바로 아프리카 돼지 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돼지를 살처분한 매몰지입니다.

돼지농장이 있는 곳은 매몰지에서 떨어진 산등성이.

돼지열병 음성 판정을 받은 농장이지만, 예방을 위해 살처분을 하고 농장주인이 고구마 농사를 짓던 자신의 땅에 묻었습니다.

문제는 이 매몰지의 위치가 다른 주민들이 사는 집 바로 앞마당이라는 것입니다.

주변에는 밭농사를 짓는 집이 세 가구 이상 있습니다.

이들이 가장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냄새입니다.

[이삼중/주민 : 이렇게 많이 냄새 나가지고 어떻게 살겠냐고. 딴 데로 이전하면 안 되나, 계속 몇 년을 맡고 살아야 되니.]

가까이 왔더니 악취는 더 심합니다.

통과 연결된 배출구에서 돼지가 부패한 가스가 계속 나오는 것인데요.

그런데 이 고랑을 경계로 이 땅은 주민이 지금도 농사를 짓고 있는 밭입니다.

[송경성/주민 : 밤에 갑자기 포클레인이 와가지고 땅을 파고 그래서 그때 알았지 아무도 몰랐어요. 생각을 해보세요. 썩으면 썩을수록 더 나겠지.]

농장주인을 원망하는 사람도 나옵니다.

[백상곤/주민 : 사람들 인간 사는 데 바로 앞에다가 갖다가 이걸 묻냐 이거야, 이웃 간의 사람을 우습게 보는 거지.]

농장주인도 주민들의 불만을 알고 있습니다.

[돼지농장 주인 : 모든 게 급작스럽게 정해져서…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고, 방법이 없는걸. 농가를 헐고 묻을 순 없는 거 아니에요. 난 죄스럽지, 난 죄스러울 뿐이야.]

강화군청은 매몰지가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강화군청 관계자 : 정기적으로 약품을 주입한다고 그랬거든요, 냄새나지 말라고. 마땅한 땅이 없으니까 일단은 거기다 묻었는데. 민원이 계속되면 이전을 한다든가…]

농지 위에 돼지 사체들이 있고 굴착기가 서 있습니다.

지난주 경기 파주시 한 마을의 모습입니다.

이웃 마을 농장에서 생긴 돼지 사체를 이 마을 국유지에 묻자 주민들이 막으며 다시 파내게 한 것입니다.

이 국유지 바로 옆에도 사람이 사는 집들이 있었습니다.

주민들의 반발에 지금은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겨 묻은 상황.

[해당 주민 : 그거를 묻으면 내가 가만 안 놔두겠다고. 원래라면 자기네 집 앞에다 묻어야 돼. 남의 집 밑에 갖다 묻으려고 하니까 내가 불만이 무지하게 많았던 거지.]

주민들은 이미 이 마을에 있는 돼지 매몰지 악취만으로도 괴롭다고 말합니다.

[주민 : 속이 니글니글하고 오바이트 나오고. 뭐 어떻게 해, 미치는 거죠. 시의 방침에 따라줘야 되는데…언제까지 가야 될지.]

농림축산식품부는 살처분한 돼지는 농장 안에 매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것이 어려울 경우 하천이나 물이 흐르는 곳에서 떨어져 있고, 마을로부터 멀어 사람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곳이 매몰지로 적합하다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정한 매몰 후보지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이 지난 2017년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고통은 농장 주인들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나눠 지고 있습니다.

선정에서부터 뒤처리까지, 매몰지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없다면 피해 호소는 계속될 것입니다.

(영상그래픽 : 이정신 / 인턴기자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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