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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여행자거리, 깔깔거리?…특색 없는 '특화 거리'

입력 2019-10-02 21:27 수정 2019-10-0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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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행자 거리, 깔깔 거리, 외국인 특화 거리. 지역 경제 살리겠다면서 지자체가 만든 '특화 거리'입니다. 정말 이름처럼 특화된 곳은 얼마나 있을까요. 밀착카메라가 다녀왔습니다.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왕십리의 여행자 거리입니다.

앞에 보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 선생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요.

안내판의 설명을 보면요, '고산자로', 즉 김정호 선생의 호인 '고산자'를 길 이름으로 붙인 데서 착안했다고 합니다.

지난 2016년 3억 원의 예산을 들여 360m에 달하는 거리를 만들었습니다.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취지였습니다.

[황수인 이인선/인근 중학교 학생 : 관리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쓰레기 버려져 있는 것도 많이 봤고. 일반 공원으로밖에 생각 안 했어요.]

지도에 그려진 발자국이 향하는 곳으로 가봤습니다.

외국어로 된 간판이나 여행자를 위한 안내판 대신 숙박업소들만 늘어서있습니다.

관광 안내도에 적혀있는 대로 길을 쭉 따라와 봤는데요.

오는 동안 어떤 표지판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왼쪽 위를 보면 현판이 있어서 여행자거리로 왔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로 올라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아까랑 똑같이 모텔이 밀집해 있는 지역입니다.

기념사진을 찍으라고 만들어놓은 포토존 역시 모텔 건물 앞에 마련됐습니다.

이마저도 예산이 부족해 전기 공급이 끊겼다고 합니다.

[모텔 관계자 : 예산이 없다고 했으니. 밤에 불이 들어오면 잘 보였었는데 지금은 안 들어오니까.]

인천 영종도에 있는 외국인 특화거리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거리에  앞쪽 입구에는 조형물을 설치해놨는데요.

인천 관광 안내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적혀있습니다.

안쪽 상황은 어떨지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식당 메뉴판에 영어와 중국어가 적혀있습니다.

[A씨/상인 : 중국인들 많이 오세요. (중국어도 하세요?) 아니요. 번역기로 해요.]

외국인 손님은 이전부터 많이 왔다면서, 특화거리로 지정된 이후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B씨/상인 : 지원해주는 거 없어요. 외국인들 채용을 해가지고 일자리 창출도 할 겸 하려고 했는데 폐기가 되는 바람에.]

그나마 특화 거리라는 걸 알려주는 벽화가 골목길 안쪽에 그려져 있습니다.

각 나라 국기들도 한 칸씩 그려져 있는데요.

하지만 이마저도 각종 쓰레기랑 음식물쓰레기 수거함때문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수지/인천 검단동 : 차라리 한국을 조금 더 알릴 수 있는 조형물을 만드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같은 업종의 음식점들이 모여있다는 이유로 '특색 음식 거리'를 만들어놓은 곳도 많습니다.

인천에만 24곳이 있습니다.

전철이 들어서기 전 20여 곳이 모여있었지만 이제는 7곳만 문을 연 화평동 냉면 거리.

점심시간이지만 손님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C씨/상인 : 경기가 너무 없으니까. 지원비는 안 나오고.]

한 군데 모여있다보니 오히려 견제하는 일만 늘었다고 말합니다.

[D씨/상인 : 신용을 잃은 거죠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부 원조. 뭔가 해주려고 해도 동네 사람들 안 받아요. 옆집 잘되는 거 보기 싫어서.]

국숫집보다 카페가 더 많은 국수거리도 있습니다.

[이경은/서울 하계동 : 오히려 카페가 많거든요 이쪽에는. 막상 와보면 어디 국수가게가 있는지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름만 들어선 짐작이 되지 않는 거리도 있습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깔깔거리'입니다.

여느 먹자골목과 다를 바 없습니다.

[E씨/상인 : 나는 그 뜻은 모르겠네. 깔깔거리가 여기 무슨 뜻이지?]

[F씨/상인 : 그냥 깔깔깔 웃고 먹는 줄 알아요. 다들.]

안내 표지판에 적힌 내용을 확인해보니, '깔끔하게 차리고 깔끔하게 먹자'를 줄인 말이라고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이 뜻을 아는 사람을 거의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이름만 달아놓은 채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특화거리의 모습 아닐까요.

(인턴기자 : 박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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