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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광화문광장 설계안 전면 재검토…박원순 "시기 연연 안해"

입력 2019-09-19 15:41

사업일정 전반 미뤄질 듯…"시민 소통 결과에 전적으로 따를 것"
행안부 "국민 의견 더 수렴해달라는 요청 수용한 것" 긍정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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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일정 전반 미뤄질 듯…"시민 소통 결과에 전적으로 따를 것"
행안부 "국민 의견 더 수렴해달라는 요청 수용한 것" 긍정 평가

새 광화문광장 설계안 전면 재검토…박원순 "시기 연연 안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19일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과 관련해 사업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설계 작업과 행정절차를 중단하고, 시민과 추가 논의 결과에 따라 사업 시기와 범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사실상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시청 브리핑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시민 목소리를 더 치열하게 담아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완성하겠다"며 "사업 시기에도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시민 소통과 공감의 결과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며 "이에 따라 사업 시기와 범위, 완료 시점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충분한 소통 뒤 사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르면 내년 초로 예상됐던 착공은 지역 주민의 민원을 고려해 내년 총선(4월 15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21년 5월로 예정된 완공 시점도 미뤄질 전망이다.

사업 방식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시는 현재 설계안을 시민, 관계부처와 함께 다시 들여다본 뒤 최종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구단위 도시계획변경 등 관련 행정절차도 보류하기로 했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설계안(작업)을 중단하고 기존 설계안을 포함해 모든 것을 시민들과 더 많이 숙의하고 새로운 안을 만들겠다"며 "광화문광장 시민위원회도 더 많이 늘리고 시민단체도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논의 구조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재검토에 나선 배경에는 소통 부족에 대한 비판이 있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지난 3년간 100여회에 걸쳐 시민 논의를 축적했다"며 "단일 프로젝트로는 유례없는 긴 소통의 시간이었으나 여전한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다"고 소통 부족에 대한 그간의 비판을 언급했다.

박 시장은 이어 "어떤 논의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광화문광장이란 중차대한 과제를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의 어떤 지적이나 비판도 더욱 귀 기울여 듣겠다"며 "반대하는 시민단체와도 함께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은 진리다. 더 깊이, 더 폭넓게 경청해 부족한 것을 메워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앙정부와의 단단한 공감대도 만들어졌다"며 "광화문광장 일대를 온전하게 복원하는 재구조화 비전을 공유하고, 현재의 단절과 고립된 형태의 광장을 해소하는 등 단계적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에 공동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박 시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만나 차질 없는 사업 추진을 당부했다.

박 시장은 "시민과 소통과 교통 불편에 각별히 신경 써달라는 대통령의 당부 말씀이 있었다. 관계 부처와 협력이 중요하다고도 했다"며 "그래서 정부와 서울시가 논의 기구를 만들어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시정은 다양한 논의를 거치고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 최선의 결론에 이르게 한 경험이 축적돼 있다"며 "'새로운 광화문광장'으로 가는 길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박 시장은 "기본적으로 시민을 이기는 시장은 없다고 확신한다"며 "새로운 소통을 더 강화하고 충분히 경청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총 1천40억원(서울시 669억원, 문화재청 371억원)을 들여 기존 왕복 10차로를 6차로로 줄여 광장 면적을 현재의 3.7배로 넓히면서 경복궁 전면에 월대(궁중 의식에 쓰이던 단)를 복원하고, '역사광장'과 '시민광장'을 새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2021년 5월 완공을 목표로 10∼11월께 월대 복원을 위한 기초 작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 발표한 설계안에 정부서울청사 일부 건물을 철거하고, 부지를 수용해 우회도로를 만드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행정안전부와 갈등이 불거졌다.

행안부는 '합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고 반발했고, 당시 김부겸 장관까지 "절대 받아들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자 박원순 시장이 "세상에 절대 안 되는 일이 어딨겠느냐"고 응수하면서 서울시와 행안부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 빚어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두 기관은 진영 장관이 부임한 후인 지난 5월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진 장관이 두 달 뒤 기자간담회에서 "논의는 많이 했는데 합의된 것은 없다"고 언급하면서 다시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행정안전부는 이후 두 차례 공문을 통해 시민과 소통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전반적 사업 일정 조정을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서울시민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도 의견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며 관련 행정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반발이 잦아들지 않자 박 시장은 대통령 회동 후인 9월 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회식에서 협의를 더 하겠다는 뜻을 밝혀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새 광화문광장 설계안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서울시 입장에 대해 행안부는 '국민 의견을 더 수렴해 달라'는 요청이 반영됐다며 긍정적으로 봤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유(U)자 우회도로를 만드는 방안을 포함해 설계안 전반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앞서 행안부가 시민 의견을 더 듣고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한 뒤에 사업을 진행해달라고 공문으로 요청했는데 이를 수용해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광화문광장 재조성과 관련해) 서울시가 국민 다수가 호응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려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행안부도 필요하면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협의체 등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협조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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