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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스마트 쓰레기통'…거리 애물단지로 전락

입력 2019-09-18 21:46 수정 2019-09-1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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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나다니다가 길거리에 놓인 쓰레기통들 자세히 들여다본 적 별로 없으실 텐데요. 잘 보면 그 안에 검은색 사물 인터넷 센서가 달린 쓰레기통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양을 측정해서 미화원에게 알려주는 스마트 쓰레기통인데요. 더 청결하게 관리하겠다고 설치를 해놓았지만, 정작 일반 쓰레기통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통입니다.

이렇게 내용물이 꽉 찰까봐 앞쪽에 봉투도 따로 달아 놓았는데요.

그런데 쓰레기통 안쪽 위쪽을 자세히 한 번 들여다보면요, 이렇게 검정 센서가 달려있습니다.

이른바 스마트 쓰레기통입니다.

센서는 쓰레기의 양을 파악합니다.

내용물이 차면 스마트폰 앱을 통해 미화원이나 담당 공무원에게 알림이 갑니다. 

쓰레기가 넘치기 전에 바로 치울 수 있도록 한 시스템입니다.

서울에만 200대가 넘는 스마트 쓰레기통이 설치됐습니다.

[천에젤/서울 개봉동 : 전혀 몰랐어요. 너무 무방비로 방치되어 있는 느낌이어서. 그냥 별로 신경을 안 쓰는 줄 알았거든요.]

실제 제대로 관리되는지 스마트 쓰레기통 하나를 지켜봤습니다.

앞에 걸어둔 봉투까지 꽉 찼지만 환경미화원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김연아/서울 공릉동 : 이게 밖으로 나와 있잖아요. 이렇게 되면 센서가 있는 의미가 없어지니까 좀 무용지물인 것 같고…관리가 잘 되면 좋을 것 같아요.]

미화원들은 정작 앱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는다고 해도 정해진 동선이 있기 때문에 곧바로 가서 처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A씨/환경미화원 : 그거를 실제로 사용 안 해요. 시간 되고 겉으로 외관상 보기에 꽉 차면 치우는 거지 그게 시스템에 따라 돌아가진 않아요. 저희는 동선이 있죠.]

당초 하루 세 번으로 정해진 수거 횟수를 줄이겠다는 취지도 무색해졌습니다.

서울시의 태양광 사업 일환으로 마련한 압축 쓰레기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 대당 약 200만 원을 들여 설치했습니다.

쓰레기통 위에 있는 패널을 이용해서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어서 안에 쓰레기가 꽉 차면 압축하는 식인데요.

그런데 안쪽을 보면 쓰레기가 거의 80% 이상 차 있는데, 충전은 양쪽 다 거의 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쓰레기 쌓이는 속도가 태양광 충전 속도보다 빠른 것입니다.

[B씨/환경미화원 : 비 올 때 날 흐린 날은 잘 안돼서. 비 오는 날 되면 충전이 안 되니까 기계가 멈춰서.]

[서울시 관계자 : 효과는 많이 못 봤다고 생각해요, 사실대로 얘기하면. 세금 쓰는 만큼 안 나온다 싶으면 일반 쓰레기통으로 전환할 수도 있는 거고.]

설치한 지 몇 달 안됐는데 벌써 고장이나 제 구실을 못하는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기기 오작동보다 더 문제인 것은 시민들의 이용 방식입니다.

'똑똑한 쓰레기통'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위에는 얼음이나 음료를 넣지 말라고도 적혀있는데요.

압축을 하는 방식이다보니까 눌렀을때 남아 있는 얼음이나 음료가 있으면 오히려 더 지저분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쓰레기통 안쪽에 있는 음료통을 꺼내서 보면요, 이렇게 먹다 남은 커피랑 얼음이 그대로 있습니다.

[C씨/환경미화원 : 여기 상가분들도 과일 같은 거 여기다 다 갖다 버리고 음식물쓰레기 같은 것도 버리고. 위에서 계속 누르다 보니까 물, 국물이 아래로 그냥 줄줄줄줄 다 새는 거잖아요.]

기대했던 것만큼 효과가 나지 않자, 아예 사업을 접은 곳도 있습니다.

관악구는 올해부터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관악구청 관계자 : 일반 쓰레기통하고 스마트 쓰레기통이 크게 장점이 없어가지고요. 센서를 다 철거했습니다.]

지자체가 지향하는 스마트 시티에 맞게 쓰레기통도 똑똑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춘 의도는 좋았지만 부실한 관리와 잘못된 이용으로 제 기능을 못 하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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