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인터뷰③] '음악앨범' 정지우 감독 "손 잡기도 오래 걸렸던 시절 설계"

입력 2019-09-15 08:0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인터뷰③] '음악앨범' 정지우 감독 "손 잡기도 오래 걸렸던 시절 설계"

결과적으로 상업영화로서 흥행에는 실패했다. 늦여름에서 초가을, 관객들을 촉촉한 감성으로 물들일 것이라 예견됐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정지우 감독)'은 추석 연휴가 한창인 14일까지 누적관객수 120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손익분기점 200만 명을 넘어서지 못할 전망이다. 영화 자체로써는 꽤 큰 아쉬움이 남았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는 인생영화가 된 작품이다. 과거를 추억했고, 현재를 돌아봤으며, 미래의 사랑에 설렌다는 관객들도 많았다. 청춘스타 김고은·정해인의 싱그러운 분위기를 담아냈다는 것도 '유열의 음악앨범'이 지닌 가치에 힘을 싣는다. 숱한 필모그래피를 통해 다양한 '사랑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 정지우 감독의 메시지는 이번에도 올곧다. '내가 보고싶은 영화', '만족도가 큰 영화'라는 자체 평가는 정지우 감독의 흔들림 없는 고집에 대한 진심어린 경의를 표하게 만든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평소 라디오는 즐겨 듣는 편인가.

"지금은 아주 열심히 듣는 편이 아니지만, 어렸을 땐 내 연배 사람들이 들었던 인상적인 라디오는 대부분 챙겨 들었다. 요즘엔 아무래도 운전을 하면서 많이 듣게 되는 것 같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를 매개체로 인연이 이어지고, 우연이 반복된다. 개연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시절 자체가 개연성일 수 있다. 우연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개인 전화번호도 없고, 살던 곳이 사라지면 만나지지 않는 시절에 살았기 때문이다. 우연하게 만날 수 밖에 없지만, 그 반복적인 묘사의 방식은 다르기를 원했다. 관객들이 봤을 때 똑같은 상황처럼 보이지 않기를 원했고, 주인공들이 만날 때마다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꽤 꼼꼼하게 설계를 했는데 흔쾌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입대 전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신은 긴장감이 넘쳤다.
"바래다 주기 시작하면서부터 긴장은 시작된다.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지 않나.(웃음) '그 조마조마함이 어떤 물꼬를 통해 흘러갈 것인가' 몰입도를 높이고자 했다. 집 앞에서 헤어질 것인가, 어? 집에 들어갔네? 그럼 그날 밤은 어찌할 것인가. 대사가 시작되는 순간 미수의 클로즈업이 잡힌다. 둘이 머무는 방 안을 일종의 큰 레이아웃으로 잡았다. 한 눈에 안 보이고 순차적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방식의 그림이 그려지는 상태를 원했다. 현우가 침대에, 미수가 바닥에 누워있는 설정도 그렇다. 한 화면에 담지 않고 천천히, 그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밝혀지게끔 구도를 짰다. 그리고 마지막에 손을 잡는다. '손을 잡는데까지도 이렇게 오래 걸리는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답답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순간일 수 있다는 것을 녹여주고 싶었다."

-현우가 미수를 잡기 위해 뛰는 장면은 곳곳이 아닌, 실제로 이어지는 동선이다.
"난 현우가 죽기 직전까지 뛰기를 바랐고, 죽기 직전의 상태로 미수를 맞닥뜨리기를 바랐다. 숨이 차서 말이 안 나오는 상태가 되어야만 했다. 그래서 촬영하기 좋은 이곳 저곳을 헌팅하지 않고, 지도에서 중심을 딱 정해놓고 진짜 뛸 수 있는 일대 코스로만 디테일하게 검토했다. 그 결과 '봉우리 두개를 넘어 어디에서 맞닥뜨리면 된다'는 동선이 짜였다. 제작부도 직접 뛰었다. 다들 한번씩 뛰고도 '토할 것 같다'고 하더라. '여기다!' 했다.(웃음)"

-독하다. 촬영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맞다. 애초부터 촬영하기 편한 장소가 아니었다. 해인 배우에게도 '전속력으로 뛰면 어떻게든 카메라에 담아볼게요'라고 했다. 진짜 전속력으로 뛰었다. 오르막은 힘들었고, 내리막은 위험했다. 넘어지면 큰일나니까 나 역시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감독들은 늘 그렇지 않나. 조마조마해 하면서도 '찍지 말자' 소리는 안한다. 해인 배우가 고생을 많이 했다. 덕분에 완성도 높은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
[인터뷰③] '음악앨범' 정지우 감독 "손 잡기도 오래 걸렸던 시절 설계"

-현우가 곰팡이를 카메라로 찍는 신은 최종 편집됐다고.
"블루레이가 나올 수 있게 된다면 넣고 싶은 좋은 장면이 많다. 해인 배우의 진짜 좋은 얼굴들이 있는데 영화에는 담기지 못했다. 곰팡이 신 같은 경우는 장면을 구조화 하려면 한 컷만 넣어서는 안되고 긴 묘사를 했어야 한다. 아쉽게도 도저히 그럴 형편이 안 됐다. 어떤 장면은 장면만 넣으면 설명이 되는 신이 있는데, 이건 구조가 필요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뺐다."

-엔딩은 처음부터 지금의 엔딩이었나.
"'처절하게 남겨진 현우로 끝날만 하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많은 관객들이 용서하지 않았을 것 같다.(웃음) 이미 헤어짐을 겪었고, 둘이 각자 성장했고, 하고 있는 단계였기 때문에 어느 누가 혼자 남겨지지 않는 결론으로 마무리 지었다. 편집 과정에서 조금의 차이는 있을 수 있고, 엔딩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수정된 것도 맞지만 지금의 엔딩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차기작은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있다. 일단은 '유열의 음악앨범'이 중요하니까.(웃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또 열심히 해 보겠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CGV아트하우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