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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태풍 링링이 앗아간 '대풍의 꿈'…농민들 한숨만

입력 2019-09-0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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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9일) 밀착카메라는 태풍 링링이 휩쓸고 간 과수농장을 다녀왔습니다. 소비자에게 가장 맛있는 농작물을 내놓기 위해서 오랜 시간 땀흘린 농민들인데, 단 이틀 만에 한숨만 남았습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연천군의 한 인삼밭입니다. 인삼은 햇빛이 없는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그늘막을 씌워 놓고 키워야 합니다. 이 반대편에는 태풍이 몰고온 강한 바람 때문에 그늘막이 모두 쓰러져버렸습니다. 제 뒤로는 그늘막을 다시 세우려는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출하를 얼마 남기지 않고 있었습니다.

강한 바람에 몇 년간 애지중지 길러온 인삼밭은 쑥대밭이 됐습니다.

속만 타들어 갑니다.

[이재국/인삼 재배 농민 : 어머님이 일흔일곱이신데, 여태까지 태풍으로 이렇게 큰바람 분 거는 처음이라고.]

말뚝은 부러지고 꺾였습니다.

정리해보지만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재국/인삼 재배 농민 : 보수를 해서 쓸 수도 있긴 한데 일이 너무 복잡해져가지고.]

인삼밭 안으로 들어와봤습니다. 쓰러진 그늘 막을 들춰보면 찢겨지고 꺾여버린 인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2년은 더 자라야 한다고 하는데 그대로 두면 모두 썩어버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늘막 안 넘어진 곳이 더 적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농민의 몫입니다.

[김정기/인삼 재배 농민 : (수확 언제 예정이셨나요?) 이거를 보통 지금 9월에서 10월 사이에 다 하는 거예요. 조금 있으면 수확철이기 때문에 일이 이것만 있는 게 아니거든. 갑자기 이렇게 날벼락이 떨어지니까.]

수확을 앞뒀던 포도는 터지고 으깨졌습니다.

비닐 하우스는 찢겨나가 숭숭 구멍이 뚫렸습니다.

태풍 볼라벤의 기억을 안고 있는 보령에서는 이번 태풍이 더 야속합니다.

[오석희/포도 재배 농민 : 오늘부터 작업하려고 했었어. 너덜너덜해가지고 이놈이 막 하늘에서 어제는 펄럭펄럭해가지고 지가 찢어져서 내려앉데?]

출하 직전의 포도나무들입니다. 비를 막기 위해 비닐에 덮어 씌워져 있어야 하는데 강한 바람에 다 날아가 버렸습니다. 나무는 이렇게 꺾여져 있는데요. 땅에는 포도알들이 잔뜩 떨어져 썩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포도 특성상 비를 맞으면 금세 갈라지고 터져서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고 합니다.

가족들이 찾아와 그나마 성한 거라도 챙겨보지만 일손은 모자랍니다.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오석희/포도 재배 농민 : 이것 좀 봐. 이렇게 다 썩잖아. 이제 비 맞으면. 아까워라. 아까워도 할 수 없지 뭐.]

으깨진 포도는 즙으로 만들 수 있지만 그마저도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근처 배 밭은 80% 넘게 떨어져 내렸습니다.

지난 주말 초속 40m가 넘는 바람이 불었던 배 밭입니다. 강풍이 불었던 이곳에는 밭 끝까지 배들이 죄다 떨어져 있습니다. 떨어진 봉지를 열어보면요. 멀쩡해보이지만 썩어가고 있습니다.

4000평 넘게 피해를 입었습니다.

매달려 있는 것보다 땅에서 뒹구는 것이 더 많습니다.

[김원규/배 재배 농민 : 제대로 못 커 이제. 그리고 이파리도 날렸고. 천재지변인 걸 어떡해. 할 수 없지.]

풍수해 보험이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농민들이 보상을 받을 길은 막막합니다.

사과 농사를 짓는 노부부는 올해 보험을 들지 못했습니다.

보험 신청 기한을 지났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김인순/사과 재배 농민 : 보험을 들라니까 날짜가 넘었다고 안 된다네. 보험 못 들었어요. 늙은이들이 하면 하다가 그냥 죽는 거야.]

올해는 빈 손으로 지내야합니다.

이런 농가들은 내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맛있어질 때를 위해 1년 365일을 기다리다가 단 이틀의 바람에 다 떨어졌습니다. 작은 금 하나로 1년의 땀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금이 간 이들의 마음은 언제 아물 수 있을까요.

(인턴기자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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