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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성문(城門)의 수호신, 야누스'

입력 2019-09-05 21:35 수정 2019-09-0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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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로마인들은 그를 지극히 사랑했습니다.

전쟁에 나가는 군인들은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행운을 기원했고, 시민들은 여러 신들의 이름 중에 그의 이름을 가장 앞에 부르곤 했습니다.

성문의 수호신 '야누스'

야누스 'Janus'
야누스의 달 - 야누아리우스 'Januarius'
1월 'January'

그의 이름은 한 해의 문을 여는 1월의 어원이 됐습니다.

하나의 얼굴은 들어온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다른 얼굴은 나가는 사람을 배웅하기 위해…

상반된 이미지를 품고 있는 두 얼굴은 처음이자 마무리, 젊음과 늙음이었고…

상반되는 그 존재들에 조화를 부여하는 신 '야누스'는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신으로 숭배 받았습니다.

오해가 시작된 것은 18세기 무렵부터였습니다.

"야누스는…한쪽 얼굴로는 억지 미소를 짓고 다른 얼굴로는 노여움을 드러낸다"
- 앤서니 애슐리 쿠퍼 < 인간, 매너, 의견, 시간의 특성 >

한 철학자의 표현 이후에 '야누스'라는 단어는 부정의 냄새가 묻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 역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일컬어 야누스 같다고 말하기 시작하였는데…

아마도 고대의 그 신, 야누스는 억울해할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내일(6일), 가까스로 혹은 힘겹게 열리게 될 성문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스스로 고백했던 말처럼 그는 조금씩 어긋났던 자신의 자아를 이야기했습니다.

"개혁주의자가 되려고 노력했지만, 주변 문제에 있어 불철저했다."
"교수 시절에 작성한 글들이 지금 저를 치고 있는 것은 사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회'를 청했으니…

"기회를 주신다면 제 한계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 할 소명이 있다"
"정부의 개혁 임무 완수를 위해 어떤 노력이든 다할 것"

내일 열리게 될 성문은 그에게는 시작을 의미할 수도, 혹은 끝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 앞에 남은 것은 성문을 지키는 신, 야누스의 시간.

서로 조금씩 어긋난 표정을 한 곳에 품은 야누스가, 두 개의 얼굴로 세상과 마주하고 있는 고대의 그 신이,

작별을 고할 것인가, 환영 인사를 보낼 것인가…

야누스가 지키고 있는 문 앞에서 모두는 함께 숨을 고르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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