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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토에 몸 비비는 소…오염토 섞어 농사 실험도

입력 2019-08-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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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올림픽에 가려진 후쿠시마 가보니…재난, 현재 진행형

[앵커]

원전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8년이 됐지요. 그동안에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을 씻어내는 제염과 복구 작업을 통해서 후쿠시마 상당 지역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쿄올림픽도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JTBC 취재진이 직접 가본 현장은 달랐습니다. 일본 정부가 더이상 방사능 피난 지역이 아니라고 말해도 주민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고, 곳곳에는 방사능에 오염된 흙들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곳에서는 재난이 아직도 분명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먼저 후쿠시마 현지에서 윤샘이나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주 토요일, 도쿄의 후쿠시마관입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 현에서 생산된 먹거리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매장 전체가 후쿠시마산 식품들로 가득 차 있는 곳입니다. 이쪽을 보시면 후쿠시마에서 재배한 쌀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고요. 여기에는 후쿠시마 산 말고기도 팔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이시카와 도모히로/후쿠시마관 점장 : 평일에도 라면 등을 먹을 수 있어서 점심 때 샐러리맨들이 줄을 서기도 하고 퇴근길에 들르는 고객들도 계십니다.]

같은 날 오후, 신칸센을 타고 1시간 반만에 도착한 후쿠시마역.

역 안에는 올림픽 홍보 문구가 가득합니다.

그러나 역을 벗어나면 방사능 공포가 현실로 다가옵니다.

일명 '후레콘 백'입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당시 오염된 토양을 처리하지 못해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둔 것입니다.

주택가 사이를 달리는 도로 양 옆에는 아예 검은 산을 이뤘습니다.

오염토 위로 풀과 나무가 자라나기도 합니다.

바로 옆에는 벼농사가 한창입니다.

[와타나베 칸이치/나미에 농민 : 제염이라고 해도 오염 성분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제염에 대한 불안감은 없나요?) 물론 불안하죠.]

일본 정부는 방사능 위험이 사라졌다며 피난 지시 지역으로 선포했던 곳을 해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해제 기준으로 삼는 방사선량은 연간 20밀리시버트.

국제원자력기구 등 국제기구가 정한 안전기준인 1밀리시버트의 20배에 달합니다.

원전에서 차로 20여분 거리 떨어진 나미에 마을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곳의 방사성 물질이 대부분 제거됐다며 2017년 피난 지시를 해제했지만 정작 돌아온 주민은 6%에 불과합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와봤더니 기준치가 넘는 방사능 수치가 검출되고 있습니다. 한때 식당으로 쓰였던 이 가게는 쓰레기만 가득한 채 텅 비어있습니다.

원전 인근 다른 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전 폭발 피해가 컸던 이타테 마을은 주민 복귀율이 24%, 원전이 위치했던 오쿠마는 0.6%에 불과합니다.

[미츠다 칸나/지구의 벗 일본 사무국장 : 올림픽의 그림자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해를 숨기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후쿠시마 오염토에 몸 비비는 소…오염토 섞어 농사 실험도

■ 검은 봉지 수백개…터져나온 '방사성 흙'에 몸 부비는 소들

[앵커]

방금 리포트에서는 방사성 오염토를 담아 둔 검은 봉지들이 많이 나왔었지요. 이 비닐 봉지에는 방사성 물질 차단 기능이 없어 당연히 철저히 관리되어야 합니다만 저희 JTBC가 확보한 영상을 보면 '과연 이것이 관리가 되고 있는가'하는 의심이 강하게 생깁니다.

강버들 기자입니다.

[기자]

방목지를 거니는 검은 소들 옆에 커다란 검은 봉지 수백 개가 쌓여있습니다.

'방사성 오염토'를 담아 놓은 것입니다.

소 한 마리가 찢어진 봉지에서 흘러나온 오염토를 앞 발로 파헤칩니다.

흙을 머리에 뒤집어 쓴 소, 봉지에 걸린 뿔을 빼려 힘을 쓰는 소도 눈에 띕니다.

지난 6월, '희망목장'의 광경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14km, 도쿄올림픽 야구 경기가 열리는 아즈마 경기장에서는 70km 떨어진 나미에 지역에 있습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직후 정부의 살처분 명령이 내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부 목장 관계자들이 살처분을 거부하고 키우면서 소는 식용이 아닌,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상징이 됐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가 오염 제거 작업을 하겠다며 긁어 모은 방사성 오염토에 또 다시 노출된 것입니다.

[정주하/백제예술대 교수 : 소 옆에다가, 그걸 먹으면 죽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걔네들에게 오픈 시킨다는 건 충격적이죠.]

부실한 관리는 이곳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염토 봉지는 후쿠시마 곳곳 13만 7000곳에 쌓여 있습니다.

모아둔 오염토는 1650만㎥ 됩니다.

[정주하/백제예술대 교수 : 비닐을 덮어 놓기도 하고, 안 덮어 놓기도 하고… 비나 눈이 왔을 경우에 무방비 상태인 건 분명하죠.]

오염토 봉지를 보관할 때는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막아야 합니다.

땅에 깔개를 깔고, 오염토 봉지 위에는 모래 주머니와 덮개를 올리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고, 이 때문에 오염이 확산될 우려가 큽니다.

(화면제공 : 정주하 교수·그린피스)

 
후쿠시마 오염토에 몸 비비는 소…오염토 섞어 농사 실험도

■ 일본, 밭농사에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토'…재활용 실험까지

[앵커]

일본 후쿠시마 시내 곳곳에 쌓여있는 방사능에 오염된 흙더미 이것이 20일과 19일 보도해드린 심각한 내용들이죠.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흙더미를 치우는 작업에 나섰지만 저장시설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렇게되니까 일본 정부는 최근에 오염토를 밭에 섞어서 농사를 짓는, 재활용 실험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후쿠시마 현지에서 윤샘이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얼마 전 구글 위성 지도 사진에 찍힌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 경기장 주변 모습입니다.

바로 옆 체조 경기장보다 넓은 땅을 검은 포대가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야구경기장 내부와 주변의 방사능 오염토를 담아 이곳에 모아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검은 포대 중 3분의 2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내년 올림픽 야구 개막전을 앞두고, 중간 저장시설로 옮긴 것으로 보입니다.

[시마 아케미/후쿠시마 주민 : 검은 '후레콘 백'이 잔뜩 쌓여서 산을 이루고 있었어요. 제가 봤을 땐 중간 저장시설에 가져가려고 임시로 둔 거예요.]

문제는 중간 저장시설은 포화 상태인데, 최종 저장시설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와타나베 간이치/나미에 농민 : 벌써 10년을 향해 가고 있잖아요. 최종 처분장을 어디로 해야 할지 언제 이동시킬지에 대한 검토가 하나도 안 되고 있다는 겁니다.]

늘어나는 오염토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일본 정부는 재활용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방사성 물질 농도가 1kg당 8000베크렐 이하인 흙은 일반폐기물로 규정해 도로나 터널 같은 공사현장에 쓸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밭에 오염토를 섞어 농사를 짓는 실험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험장은 원전에서 30km 떨어진 이타테 마을의 나가토로 지구입니다.

밭을 파서 오염토를 묻고 그 위에 일반 흙을 깔아 농작물을 심는 방식입니다.

[안자이 도루/이타테 주민 : 제염한 8000베크렐 이하 방사능 폐기물을 나가토로 땅에 묻고 1m 정도 흙을 덮고 그 위에서 뭘 하라고 한 거예요. (뭘 해요?) 채소요.]

일본 정부는 2011년 원전 사고 직후 방사성 물질 농도가 5000베크렐 이상의 땅에서는 농사를 짓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8000베크렐로 기준을 완화해 작물을 기르려 하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최석헌·정수임·홍빛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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