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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중국 줄기세포 원정 시술 뒤 잇따라 숨져…현지 추적

입력 2019-08-12 21:56 수정 2019-08-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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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줄기세포 원정 시술 사망 사고와 관련한 소식입니다. 70대 한국 여성이 중국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다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중국에 가서 저희가 직접 확인을 해보니까 줄기세포 치료를 허가받지 못한 병원에서 불법으로 임상 시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해성 기자, 임지수 기자가 차례로 보도해드립니다.

[기자]

중국 옌타이의 한 병원입니다.

70대 여성 박모 씨가 줄기세포 치료제를 투여받던 중 의식을 잃은 것은 지난 2016년 6월.

결국 박씨는 보름 뒤 숨졌습니다.

시신은 부검하지 않고 화장했습니다.

당시 박씨 유가족이 줄기세포 업체와 작성한 각서입니다.

업체는 유가족에게 치료비 1억 원과, 위자료 1억 60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수사기관과 언론 등에 제보하지 말라는 조건으로 유가족은 각서에 서명했습니다.

해당 줄기세포 치료제는 국내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 제품이었습니다.

[이대호/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 안전성을 증명 안 했고. 다음에 정말 유용하고 효과적인 건지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업체는 아직도 원정 시술 고객을 모집하고 있는 상황.

상담을 하자 10주년 기념으로 30% 할인 혜택까지 내세웁니다.

[바이오스타코리아(줄기세포 업체) 관계자 : 두 달밖에 못 산다는 분들이 7~8년 사시고. 옌타이 해항병원에 많이 가세요. 줄잡아 (한 주에) 100명 정도 가세요.]

취재진이 중국의 원정 시술 현장을 직접 추적해봤습니다.

중국 옌타이로 가는 인천공항 탑승장 앞.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보입니다.

[A씨/보호자 : 줄기세포 처음 맞는 거예요.]

옌타이 공항에 내린 한국인은 20여 명.

현지 여행사 안내에 따라 버스에 탑니다.

창문 너머로 '의료관광 일정'이라고 적힌 문서가 눈에 띕니다.

방금 전 공항에 내린 사람들이 버스에 타고 어디론가 이동 중입니다.

저희가 쫓아가 보겠습니다.

다리를 건너 섬으로 간 버스가 도착한 곳은 한 요양병원.

줄기세포 치료시설이 있는 4층 입구는 벽으로 막혀 있습니다.

[B씨/시술자 : 한 층을 개조한 것 같아요. 그래서 병원 (진료) 시간하고 겹치지 않게 하는 것 같고. VIP룸처럼 혼자 쓸 수 있는 방도 있어요.]

줄기세포 원정 시술을 받은 한국인들이 묵고 있는 호텔입니다.

시술을 받은 일부 사람들도 부작용을 우려합니다.

[C씨/시술자 : 과학적으로 데이터를 갖거나 신뢰할 만한 답변을 주는 사람이 없어요. 대표를 만나도. (라정찬?) 네. 그냥 믿음으로 이렇게 자꾸 이야기하시고. 신앙으로.]

실제 이 요양병원은 중국에서도 줄기세포 치료를 허가받지 않은 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사망한 박씨가 줄기세포를 맞았던 병원도 마찬가지.

병원 의료진 명단에는 박씨를 치료한 중국 동포 의사도 없었습니다.

[옌타이 해항병원 관계자 : (의사 00이라는 사람 어디 가면 볼 수 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해당 의사는 한국인들이 몰려간 요양병원에서 계속해서 줄기세포 시술을 하고 있었습니다.

[중국동포 의사 : (줄기세포 주사) 맞는 게 그거(죽음)하고 상관이 없잖아요? 연세가 아주 많은 분들이니까. 본인 질환으로 죽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부작용이) 100분의 얼마라고 봐야지.]

이 의사는 중국 병원이 아닌, 국내 줄기세포 업체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중국동포 의사 : (환자들에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은 해주세요?) 그건 저하고 상관없어요. 그건 저쪽(바이오스타코리아)에다 문의해보세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줄기세포 치료를 둘러싼 국내 법규정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정형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의사) : 안전하게 시술하거나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과정, 그리고 그걸 관리 감독하는 구조가 아예 없는 거죠. 불법이니까.]

'죽음의 원정 시술' 9년 전 폭로…비극 반복되는 이유는

이 회사의 줄기세포 원정 시술 사망 사고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0년, 방금 보신 업체의 전신인 알앤엘바이오의 미허가 줄기세포 치료제를 일본과 중국에서 투여받던 환자들이 숨진 사실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2년 뒤에는 일본 언론에서도 한국의 원정 줄기 세포 시술 실태를 고발하며 국내외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검찰 수사와 재판이 이어졌고, 2015년 이 회사 대표 라정찬 회장은 불법 의약품 판매 혐의 등으로 유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줄기세포 원정 시술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 전 리포트로 보여드린 박모 씨의 원정 시술도 유죄 선고가 난 뒤에 벌어진 일입니다.

2013년 초 알앤엘바이오가 14개 언론사에 낸 광고 문구입니다.

'파킨슨병 등 현재 의료기술로 치유가 어려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정작 이 회사는 줄기세포 치료제 중 임상시험을 마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문제는 과장광고만이 아닙니다.

2013년 당시 유방암 환자였던 정모 씨가 일본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지 두 달 만에 상태가 악화돼 1년여 뒤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정씨 유족은 알바이오가 사실상 환자를 상대로 불법 임상시험을 벌인 것이라며 민형사 소송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은 불법임상 시험이 아닌 알바이오가 단순히 일본 병원을 소개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인정한 것이 있는데요.

알바이오가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습니다.

정씨가 부작용이나 위험성과 관련해 제대로 된 전문 의료진 설명 한번 듣지 못한 채 치료 계약을 맺은 점을 지적한 겁니다.

재판부는 "극도의 불안감을 가졌던 환자에게 과장된 기대를 갖게 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정씨처럼 알바이오를 통해 불법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사람은 당시 검찰이 파악한 규모만 8000여 명.

각종 사고에도 줄기세포 원정 치료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해외 원정 시술에 대한 처벌이나 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창환, 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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