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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기업 개입에 비리까지…'한·일 협정' 8억달러의 비밀

입력 2019-08-07 15:08 수정 2019-08-07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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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JTBC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뉴스와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뉴스 보여주는 기자 '뉴스보기'입니다. 오늘(7일)은 탐사기획부 이호진 기자와 함께 합니다. 이 기자, 오늘(7일) 준비한 소식은요?

[기자]

어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 영상을 먼저 보시죠.

[아베 신조/일본 총리 (어제) : 한·일 청구 협정을 한국이 일방적으로 위반하고 있습니다. 국교 정상화의 기반이 된 국제 조약을 깨뜨리고 있습니다.]

어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한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지요.

아시다시피 한국이 차관으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끝내기로 한 한·일청구권협정을 어겨서 일본이 대응에 나선 것뿐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거칠게 말하면 돈 받을 것은 받아놓고 억지를 부린다, 이런 논리였는데요.

그래서 취재팀은 정말 그런가, 일본이 우리나라에 준 돈의 성격이 무엇인지 확인해본 것입니다.

[앵커]

취재팀이 확인한 사례가 그제 보도했던 서울지하철 사업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 지하철 사업은 일본으로부터 빌린 8000만 달러의 건설자금으로 1971년 착공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특이한 조항이 있었습니다.

일본 기업들이 만든 객차와 부품만을 사용해야한다는 조건인데요.

당시 서울지하철본부 초대 본부장이었던 김명년 씨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김명년/전 서울지하철본부 초대 본부장 (7월 26일) : 일본 것이 아니면 차관을 안 주기로 돼 있어요. 돈을 빌려줄 때, 돈을 어떻게 쓰라고 하고 승낙을 하는 쪽이 일본 것을 쓰라고 딱 돼 있어요.]

그럼 이 사업을 수주한 곳이 어딘가 봤더니 놀랍게도 전범기업 미쓰비시와 마루베니 등이 주도한 합작회사였던 것입니다.

[앵커]

이같은 방식도 경제원조라고 할 수는 있겠으나, 우리나라에게만 유리한 내용이 아니었다는 거군요. 오히려 전범기업 등 일본 기업들에게 돈벌이 수단이 됐다는 것이네요.

[기자]

이같은 일본의 원조방식은 사실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본은 동남아시아 등에 배상 성격의 원조를 할 때 마찬가지로 일본 기업의 제품과 용역을 써야한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이 같은 사업에 들어가는 돈이 정부 자금이라 안정적이고 규모도 크다보니 해외 원조 사업에 참여하는 일본 기업들은 대부분 큰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다른 나라에 생색은 생색대로 내고 돈은 일본 기업들이 벌어가는 행태인 것입니다.

게다가 포항제철의 경우처럼 일본 내에서 공해 및 생산성 등의 문제로 해외로 옮겨야하는 사업들을 한국에 떠넘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같은 일본의 원조 방식은 선진공업국인 일본과 후진국선인 한국 사이 수직적 분업관계를 만들어 일본 경제에 한국 경제를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의 말 들어보시죠.

[와다 하루키/도쿄대 명예교수 : 반성과 사죄에 의한 경제협력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일종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앵커]

단순히 자국 기업이 돈을 버는 것뿐 아니라 비리가 개입한 정황도 있다고요?

[기자]

화면에 나오는 게 당시 우리경제정책을 총괄했던 경제기획원 내부 문건인데요.

원래 국무회의에 보고된 지하철 객차 예산은 84억 엔이었습니다.

그런데 미쓰비시 등이 물가가 올랐다는 이유로 1년여 만에 40% 넘게 차량 납품가를 올려 118억 엔이 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또 우리가 공급받은 차량 가격이 일본 도쿄시가 납품받았던 가격보다 비싸다는 지적이 일본 국회에서 제기됐다는 내용도 있었는데요.

1973년 9월 일본 중의원 예결위 기록을 보면 사회당 마츠우라 의원이 "한국의 민생 안정을 위하겠다면서 이렇게 비싸게 객차를 팔아도 되냐"고 수차례 지적합니다.

한국의 경우 한 객차당 6500만 엔이었는데 도쿄 지하철 객차는 3500만 엔이던 것입니다.

당시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서울 지하철 사업에서 빼돌린 돈은 22억 엔으로 우리 당초 예산의 4분의 1에 달했습니다.

[앵커]

부풀려 빼돌린 돈이 로비 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도 있죠?

[기자]

맞습니다. 미쓰비시 계좌 등을 통해 한국 정부와 일본 쪽으로 돈이 흘러간 정황이 일부 확인된 바 있습니다.

사실 드러난 게 서울지하철 사업이지, 다른 대형 사업들도 이같은 비리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이같은 비리가 개입할 수 있는 것도 한·일 양국 간에 공식적인 외교 채널보다 비공식적 채널이 활성화가 되면서 토대가 됐다는 분석이 있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일제 사관학교나 일본 유학 등을 통해 일제 치하에서 형성된 양국 지배층의 인간 관계가 작용하는 것인데요, 안면이 통하는 정치가를 통해 중요한 일들이 처리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게 한·일협력위원회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한일협력위원회 초대 회장이자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입니다.

2013년 당시 아베 총리의 발언 들어보시죠.

[아베 신조/일본 총리 (2013년 2월 22일) :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은 제 조부와 가까운 친구였고 박정희 대통령은 일본에 가장 우호적인 대통령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기시 전 총리는 일제 시대 일본이 만든 만주국 관료 출신으로, 만주군에서 군 생활을 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각별한 친분이 있었습니다.

기시 전 총리는 이같은 친분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의 주요 국면마다 개입했는데요.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을 때 직접 청와대를 찾았습니다.

화면에 나오는 게 당시 면담록인데요.

박 전 대통령이 "한국사람이 일본에서 물의를 일으켜 면목이 없는 느낌"이라며 "정보기관과 관계 있다면 사과에도 인색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기시 전 총리는 "이 사건은 바늘과 같이 작은 문제인데 여론이 도끼마냥 떠들고 있다"며 맞장구를 치기도 합니다.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가고 두 달 뒤 김종필 당시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일본 다나카 총리에게 유감을 표했고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바늘과 도끼라는 비유도 눈에 띄는데요. 이같은 공을 인정해 우리 정부가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고요?

[기자]

예, 기시 전 총리가 이끄는 한·일협력위원회에는 전범기업이 23개 들어있었고 만주국 출신 관료들도 다수 포진해 있었는데요.

기시 전 총리는 1등급 수교 훈장을 받는 등 6명의 일본 위원이 서훈을 받았습니다.

전범기업인 신일본제철의 나가노 시게오 명예회장은 산업훈장 중 가장 큰 상인 금탑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오늘 뉴스룸에서도 한·일협력위가 자원개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후속보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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