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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관광과 금융' 홍콩을 먹여살리는 두 축…엑스맨은 누구?

입력 2019-08-03 09:04 수정 2019-08-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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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관광과 금융' 홍콩을 먹여살리는 두 축…엑스맨은 누구?

"시위 때문에 홍콩이 불안정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주 홍콩 폴 찬 재무장관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내용입니다. 시위 두 달만에 드디어 홍콩 경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건데요. 5년 전 우산혁명 때도 시위가 두 달여 지났을 때 경제 침체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홍콩 경제는 관광과 금융이 이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시위 후에 동남아 관광객 70%가 줄었고, 중국 본토에서도 방문을 취소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시위가 지속되면 홍콩의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인데요.

이러한 경제 위기설은 '시위대'와 그들이 이끌고 가는 '시위' 때문일까요? 시위가 끝나기만 하면 홍콩은 다시 안정적인 나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 홍콩의 '안전', 누가 앗아갔나?

7월의 홍콩은 한 달 전보다 심각했습니다. 관광객과 시위대가 한데 섞여 행진을 하기도 했던 6월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취재설명서] '관광과 금융' 홍콩을 먹여살리는 두 축…엑스맨은 누구?
[홍콩국제공항에서 열린 시위(7월 26일)]

"관광객들에게 우리의 상황을 알리려고요."

홍콩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오자마자 공항 시위 현장이 보였습니다. 중국 국기로 눈을 가린 경찰과 군인을 그려 희화화 했습니다. '폭력배 조심' 등의 글귀도 눈에 띄었습니다. 시위는 이제, 범죄인 인도법안을 없애는 데만 초점이 맞춰있진 않았습니다. 지난 21일 위엔랑 지역에서 있었던 '백색 테러'가 시위 분위기 전환을 가져온 겁니다.

"이건 제가 태어나고 자라온 홍콩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위엔랑 역 벽면에 붙은 포스트잇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몇몇 홍콩 시민들을 붙잡고 물어보면 '슬프다(sad)'는 단어가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더이상 '안전하지 않은' 홍콩은 토박이들에게조차도 낯선 곳이 돼 버렸습니다.

 
[취재설명서] '관광과 금융' 홍콩을 먹여살리는 두 축…엑스맨은 누구?
[시위를 앞두고 위엔랑 역에 모이는 경찰과 시위대(7월 27일)]

관광객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색 테러가 발생하고 3일 뒤, 우리 정부는 홍콩 여행에 안전을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시위 장소 근처를 가게 되면 검은 옷과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시위대로 오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도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시민들과 관광객이 느끼는 안전에 대한 위협은 시위, 그 자체에서만 비롯된 건 아니었습니다. 홍콩 정부, 경찰이 지켜주리라고 생각했던 안전이 더이상 보장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흰 옷을 입은 남성들이 친중파 정치인, 폭력조직인 삼합회와 연관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충격은 더 커졌습니다.

▶ "좌시하지 않겠다"는 중국…홍콩 '엑소더스'의 시작?

지난달 27일 토요일, 오후 3시 시위가 시작되자마자 시민들은 위엔랑 경찰서 앞에 몰려 갔습니다. 백색 테러 당시 늑장 대응을 한 경찰에 격하게 항의했습니다. 30만명이 참여한 이날 시위는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계속됐습니다. 강경 진압으로 부상자가 속출했습니다.

 
[취재설명서] '관광과 금융' 홍콩을 먹여살리는 두 축…엑스맨은 누구?
[위엔랑 경찰서 앞 거칠게 항의하는 시민(7월 27일)]

지난달 28일 일요일, 시위대는 중국 연락사무소 인근까지 걸어나갔습니다. 홍콩 속 중국이라고 불리는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경찰은 당초 이 행진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불법 행진을 한 시위대를 향해 경찰은 최루탄을 쐈습니다. 이번 시위 시작 이후 처음으로 시위 참가자 44명을 폭동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취재설명서] '관광과 금융' 홍콩을 먹여살리는 두 축…엑스맨은 누구?
[경찰이 최루탄을 쏘자 연기에 휩싸인 시위대(7월 28일)]

혼란 속의 주말이 지나고 중국 정부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홍콩 정책을 총괄하는 홍콩·마카오판공실이 홍콩 내정 관련 기자회견을 연 것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반환 후 처음입니다.

핵심은 현재 홍콩 상황을 "두고만 보지 않겠다"는 겁니다. 인민군 투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법치와 사회질서를 앞세워 홍콩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시사했습니다.

"정치의 불확실성 때문에 홍콩에서 나갑니다."

'중국 같지 않은 중국', 투자자들이 느끼는 홍콩의 매력입니다. 중국 본토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으면서 독립적인 사법 체계와 자본 친화적인 환경이라는 겁니다.

자본과 기업들이 걱정하는 '정치의 불확실성'은 단순히 시위가 길어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홍콩의 중국화입니다. 정부가 기업 경영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중국 본토식으로 바뀔 것을 걱정하는 겁니다. 시위가 끝난 홍콩이 금융 허브로 자연스레 원상복귀된다는 보장이 없는 이유입니다. 특히 중국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우려가 나오는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화두에 오른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 마무리는 군개입?…홍콩을 다시 살리는 건 중국 정부의 선택

"인민해방군이 홍콩 국경 지대에 모였다, 홍콩에 있는 중국군 개입 절차는 7단계로 나뉜다."

 
[취재설명서] '관광과 금융' 홍콩을 먹여살리는 두 축…엑스맨은 누구?
[무장한 홍콩 경찰(7월 28일)]

군 개입을 두고 여러 보도와 추측들이 나옵니다.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중국이 부담을 지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까지는 우세합니다. 하지만 홍콩 사태의 마무리는 결국 군 개입일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번달에도 주말마다 시위 일정은 예정돼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진 시위 탓에 대목을 망칠까 걱정된다"는 홍콩 상인들의 푸념을 전했습니다. 관광과 금융자본을 잡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홍콩'이라는 기존의 모습을 유지해야합니다. 그리고 그 홍콩을 살릴 수 있는 키를 잡고 있는 건 중국 정부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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