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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산단 부지, 붕 뜬 공장…"나라가 불량품 팔았다"

입력 2019-07-23 21:16 수정 2019-07-23 22:46

산단 내 117개 기업 중 96곳에서 '땅 꺼짐'
한국산업단지공단, 연약 지반 평야에 산업단지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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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 내 117개 기업 중 96곳에서 '땅 꺼짐'
한국산업단지공단, 연약 지반 평야에 산업단지 건설


[앵커]

바닥이 갈라지고 땅이 물결칩니다. 지진이 난 것이 아닙니다. 경남 김해에 한 산업단지에서 땅이 꺼지면서 생긴 일입니다. 기업들은 나라가 불량품을 팔았다며 오늘(23일) 감사원에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대해 감사를 청구했습니다.

먼저 배승주 기자입니다.

[기자]

김해 골든루트 산업단지 내 한 공장입니다.

아스팔트가 갈라져 내부가 훤히 드러나 단층이 생겼습니다.

마치 지진이 난 것 같은 모습인데요.

빗물을 흘려보내는 관도 겉으로 드러났는데 곳곳이 뒤틀리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A기업 관리부장 : 오수관이 끊겨서 지금 보시는 바와 같이 오물이 넘쳐서…]

주변 땅이 최대 1m 넘게 꺼지면서 생긴 현상들입니다.

3억 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2차례나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엄청나네요. 이 정도 들어갈 정도니까…]

근처 다른 공장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없던 계단이 만들어졌고 땅속에 파묻혀야 할 소화전이 솟아올랐습니다.

건물과 지면 사이에 벌어진 틈으로 소형 카메라를 넣어봤습니다.

건물과 땅 사이에 널따란 공간이 생겼습니다.

건물은 기둥에 의지한 채 위태롭게 떠 있습니다.

[B기업 직원 :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원두막의 상태를 연상시키면 (됩니다.)]

산업용 밸브를 만드는 한 공장은 바닥이 물결칩니다.

이런 곳에서 정밀 공정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C기업 직원 : 수평이 안 맞게 되면 정밀도 있는 일을 하나도 할 수가 없어요.]

기업들이 입주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입니다.

경상남도가 지정한 땅에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산업단지를 조성해 분양했습니다.

그런데 입주기업 117곳 가운데 96곳에서 땅 꺼짐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기업들이 보수 비용에 쓴 돈만 이미 80억 원에 이릅니다.

[D기업 대표 : 죽을 지경입니다. 돈을 들여 고쳐야하는데 요즘 같은 경기에… 지금도 계속 꺼지고 있으니까요.]

해당 부지는 한때 김해 평야 지역이었습니다.

낙동강 하류로 흘러 들어온 부드러운 충적토가 쌓인 연약 지반입니다.

산단공은 이런 사실을 사전에 알려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 : 고지의무는 저희들이 충실히 했기 때문에…]

[이정화/김해시의원 : 말도 안 되는 노예 계약서를 써서 불량상품을 판매했다. 그것도 국가기관에서…]

입주 기업들은 애초부터 공장 부지로 적합하지 않은 땅이었다며, 오늘 감사원에 산단공에 대해 감사를 청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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