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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길조'의 반전?…주택가로 날아든 '백로떼'

입력 2019-07-18 21:45 수정 2019-07-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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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남 김해 한 아파트 바로 앞 동산에 1000마리의 백로가 날아들었습니다. '길조'라지만, 여기선 냄새나고 시끄러운 '골칫덩이'입니다. 이런 곳들이 여기 말고도 꽤 있는데요. 사실 백로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사람 사는 데까지 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경남 김해의 한 아파트로 가는 길입니다.

가는 길목에서부터 날아다니는 새들이 보이는데요.

아파트 건너편 동산에는 하얀 새 수백 마리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모두 백로떼입니다.

백로는 5월쯤 한국을 찾아 10월이면 떠나는 철새입니다.

백로가 자리잡은 곳은 아파트와 불과 30m 떨어진 구지봉.

주민의 추산으로는 1000마리에 달합니다.

[이태희/주민 : 한 무더기, 두 무더기, 세 무더기. 악취 구역질 나. 새벽녘에는 막 짹짹짹짹해. 길조라고 하고 이랬는데 역으로 지금 우리 주민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거든요.]

아파트 높은 층의 집 안에 들어와봤습니다.

베란다로 나가보면 바로 앞 동산을 가득 메운 백로떼를 볼 수 있습니다.

방충망을 자세히 보니 백로 깃털들도 사이사이에 끼어있습니다.

해가 저물어도 냄새와 소음은 이어집니다.

[학생 : (왜 코를 막고 지나가세요?) 냄새 나서요. (무슨 냄새 나는 것 같아요?) 암모니아요. 새똥 냄새.]

[박정옥/주민 : 청소 안 된 양계장. 이 소리. 새 소리가 기계소리라 기계소리.]

숲 안 쪽의 상황을 보기 위해 구지봉을 올랐습니다. 

썩은 생선과 새끼 백로의 사체가 눈에 띕니다.

이 곳은 원래 주민들이 다니던 산책로인데요.

지금 이 나뭇잎을 보면 백로의 배설물로 인해 이미 하얗게 변해버렸고, 이렇게 고사해버린 소나무도 곳곳에 있습니다.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악취도 상당한데요.

제가 이곳까지 잠깐 우산을 쓰고 올라왔는데 우산에도 이미 배설물이 곳곳에 묻었습니다.

구지봉은 소나무가 많고 하천도 가까워 백로가 살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수가 날아온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김해시는 최근 가까운 숲에 터널이 생기면서 그 곳에 살던 백로들이 모두 구지봉으로 서식지를 옮긴 것으로 추정합니다.

현행법상 유해조류가 아닌 백로를 허가 없이 잡거나 죽이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김해시청 : 올무를 친다든지 잡는다든지 이거는 안 됩니다. 둥지부터 깔끔하게 철거를 시키고…]

환경단체는 주거지와 먼 다른 곳으로 백로를 유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진영/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 물대포를 쏘거나 공포탄을 쏘거나 그런 조치는 일시적이라는 거죠. 대체서식지를 마련해서 얘들을 퍼뜨려야 된다…]

문제는 대체서식지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청주의 한 대학교. 듬성듬성한 나무들 사이로 까맣게 죽은 나무도 눈에 띕니다.

이 학교는 3년 전 백로떼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나무를 베고 백로를 쫓아냈습니다.

[대학 관계자 : 저게 소리 내는 거. 특정 소리를 계속 발생시키면 시끄러우니까 못 오는 거지.]

대신 청주시는 한 야산을 백로 서식지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이 주택단지로 개발되면서 이 서식지도 유지가 불투명한 상황.

[인근 학교 관계자 : (다른 곳) 나무 다 베고 막 그러니까 이쪽으로 온 걸로 추측을 하거든요. 이 지역이 다 주택지도 되고 옆에도 학교 부지인데, 애물단지가 될 거 같아요 이게.]

대전에서는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자 한 공원을 백로 대체서식지로 만드려고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실패로 끝났습니다.

[대전시청 : 모형 설치를 하고 울음소리 음향도 틀어놓고 시도는 했으나 귀소본능이 있다 보니까 백로들 자체가 인공적으로 유인하기가 힘들지 않나… ]

마땅한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백로의 터전과 사람이 사는 곳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서로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답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턴기자 : 곽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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