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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사법자제의 원칙' 안 지켜 한·일 관계 꼬였다?

입력 2019-07-17 21:49 수정 2019-07-1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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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에 한·일 두 나라 갈등을 두고 '지난해 우리 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판결을 한 것이 문제'라는 식의 분석이 국내에서도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법 자제 원칙도 등장합니다. 타당한 주장일까요? 팩트체크 해보겠습니다.

이가혁 기자, 사법 자제의 원칙이 무엇인지부터 설명을 해주실까요?

[기자]

사법 자제의 원칙, 말 그대로입니다.

한·일 강제징용 배상 문제처럼 외교적으로 민감한 이런 사안은 사법부가 행정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판단은 자제해야한다 이런 것입니다.

며칠 사이 신문, 방송에 좀 많이 등장했습니다.

일부 보도나 칼럼에서는 '사법 자제 원칙'과 지난해 있었던 '강제징용 재판' 결과를 연결짓기도 합니다.

그 주장을 정리를 해보면 대법원이 사법 자제의 원칙을 깨고 무리하게 피해자 손을 들어줬다, 결국 이것이 지금 한·일 관계가 꼬인 원인이 됐다 이런 것입니다.

[앵커]

그러면 사법 자제의 원칙이라는 것이 법처럼 반드시 지켜야하는 나라끼리의 약속 이런 것입니까?

[기자]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반드시 지켜야하는 것처럼 읽히기도 하고요.

또 전세계적으로 사법부가 지키는 원칙 이렇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법원이 행정부의 의견을 아예 안들어도 된다, 또 들어는 봐야한다, 또 듣고 실제 재판 결과에 반영해야한다 의견은 다양합니다.

나라마다도 다르고 한 국가에서도 사안마다 법원마다 다 다릅니다.

우리 법원은 사법 심사를 과도하게 자제하는 것이 기본권 보장, 법치주의 이런 법원이 해야할 일을 포기하는 것이 되면 안되니까 신중하게 해야한다, 그리고 사법부가 판단을 해야한다 이렇게 밝힌 바 있습니다.

'영미권에서는 꼭 지킨다' 이런 식의 주장도 있는데 사실과 다릅니다.

외교문제가 걸린 재판에서도 따르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헌법적 가치, 개인 인권 이런 것이 부각된 사건에서는 사법 자제를 중시하는 관행이 점점 깨지고 있다 이런 평가도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던 우리 대법원도 사실은 그러면 개인의 권리 이런 걸 좀 중요시한 거잖아요. 

[기자]

일본 철강기업, 전범기업이라고도 하죠.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 손해를 배상하라 소송을 냈던 이춘식 할아버지 모습입니다.

2012년 5월에 승소 취지 판단이 나왔고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이 전범기업이 배상하라 이렇게 최종 결론을 냈습니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사법 자제 원칙 같은 정치, 외교적 논리뿐만 아니라 법적인 논리, 그러니까 불법적인 식민지배 때문에 개인이 입은 피해를 배상받을 권리 이런 것도 두루두루 신중하게 고려했습니다.

결론은 피해자에 대한 구제, 피해자들의 권리를 선택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정치외교 논리를 따르거나 안 따르거나 이게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건데 그러면 박근혜 정부 시절의 양승태 사법부가 강제징용 선고를 계속 늦추거나 그리고 청와대 쪽하고 소통한 게 사법 자체 원칙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다 이런 주장도 있잖아요. 이건 어떤가요? 

[기자]

그러니까 원칙대로 한 거다, 정부와 소통한 게 뭐가 문제냐, 어떻게 사법농단이냐, 이런 주장인데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이 사법농단 사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그래서 확정된 사실은 아니지만 검찰 수사 내용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2015년 7월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청와대죠. 

설득 전략이라는 제목의 사법부 대외비문건입니다.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대 관심사를 분석을 해 놨는데 강제징용 재판에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강제징용 재판을 상고법원 설치라는 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쓰이는 하나의 거래 수단으로 여긴 정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검찰 수사에서 사법부와 행정부 사이의 협의만 있었던 게 아니라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도 함께 소통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이춘식 할아버지 같은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배상하라 이렇게 다투는 재판에서 한쪽, 김앤장이라는 전범기업이라는 한쪽만 소통을 하고 이 피해자 쪽은 소통에서 배제가 된 것입니다.

공정한 재판이 아닐 뿐더러 사법 자제 원칙에서 말하는 그런 사법과 행정부의 외교적 이익을 위한 협의, 소통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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