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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악화에 재일 한국인 둘러싼 '유리장벽' 높아져

입력 2019-07-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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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악화에 재일 한국인 둘러싼 '유리장벽' 높아져

"한국인을 상대로 한, 보이지 않는 장벽이 높아지는 느낌입니다."

한국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로 여겨지는 일본 정부의 기습적인 수출 규제 강화로 한일 관계가 벼랑 끝으로 치달으면서 일본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점차 영향을 받고 있다.

민간 영역은 상대적으로 아직 덜한 편이긴 하지만, 인허가 문제가 걸려 있는 행정 등 공공부문에선 그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일본 거주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한국인들은 일본에서 집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일본인 집주인들이 한국인에게 집을 내주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전세가 없고 대부분이 월세 형태로 집을 임대한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한 소식통은 "한국 손님이 찾아와 집을 보겠다고 하면 주인이 국적을 물은 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안 된다고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사실상 한국인을 안 받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최근의 악화한 한일 관계 때문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일선 무역 현장에서도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규제를 강화한 수출 품목 뿐만 아니라 한국산 물품의 수입 등 다른 부문도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산 물품을 일본으로 들여오기 위한 통관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져 반입을 완료하기까지 시일이 더 걸리는 것이다.

예전에는 1주일이면 됐던 것이 지금은 2~3주일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소식통은 "한국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높아지는 것 같다"며 "통관 시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은 불어나기 때문에 한국산 물품의 수입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비자 영역에서도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전에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파견되는 주재원이 비자를 받는 데 1주가량이면 됐지만 이보다 더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주재원 비자를 받는데 예전에는 1~2주일이면 됐는데 최근 발급까지의 기간이 훨씬 늘어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은 "동료 한 명이 이달 초 비자를 받았는데 1주일도 걸리지 않았다"고 다른 얘기를 전했다.

일본에서 장사 등으로 생업을 이어가는 교포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뒤 일본 열도를 휩쓸었던 반한 열풍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강한 반한 정서가 퍼지면서 1년가량 도쿄 신오쿠보 등 한국인 상점들이 밀집한 거리를 찾는 일본인들의 발길이 끊겨 폐업이 속출하는 등 큰 타격을 봤다.

한인 상가가 몰려 있는 신주쿠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한 교민은 "한국에선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하고 있는데, 일본에선 아직 그런 움직임이 없고 영업에도 큰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때처럼 갑자기 분위기가 바뀔 수 있어 걱정"이라며 "양국 지도자들이 정치적인 타협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다른 한 교민은 "일본 사회에 살다 보면 가끔은 무섭다는 걸 느낀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단결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은 떠벌리고 금방 잊어버리지만, 일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모든 게 치밀하게 준비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보복에 나선 일본 정부를 상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비판 발언의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해 일본 거주 교민들 사이에서는 양국 간 정치적 대립 수위가 높아지는 데 따른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당당하게 대응하는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교민들 사이에는 더 악화하기 전에 빨리 타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지만, 향후 10~20년을 보고 일본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할 때가 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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