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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저변 넓히는 미국의 미투(ME TOO) 보도

입력 2019-07-15 09:52 수정 2019-07-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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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저변 넓히는 미국의 미투(ME TOO) 보도

마이클 머리안(73)은 포츠머스 지역의 저명한 변호사다. 전직 시의원이며 FBI 자문위원으로도 일했다. 수십년간의 변호사 경력으로 이 지역 판사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이혼을 했지만 한때는 결혼생활을 했고 그 때 얻은 두 명의 딸도 있다.

지역의 존경 받는 법조인이었던 머리안이 미국 전역에서 유력 인사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해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 건 오하이오주의 일간지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의 탐사보도팀의 폭로였다.

기사를 통해 성매매 피해자 가운데 길에서 납치된 어린 여자아이도 있다는 것, 그리고 머리안에게 성매매를 제공 받은 남성들은 전직 검사이거나 변호사, 전직 유명한 고교 축구 스타, 사업가 등 공무원이거나 권력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머리안이 여성들을 성매매에 나서게 하기 위해 그 대가로 십수년간 마약을 공급해 왔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밝혀졌다.
 
[취재설명서] 저변 넓히는 미국의 미투(ME TOO) 보도
(사진설명 : 미국 오하이오주 포츠머스 지역의 유명 변호사 마이클 머리안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폭로한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의 보도)

인터뷰에 응한 성매매 피해 여성 헤더 헤렌은 "머리안이 판사와 성관계를 가지면 감형될 것이라고 말하며 나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당시 헤렌은 머리안이 제공한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 성매매 밀집지역까지 퍼진 '미투 운동'

이 사건을 취재한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의 제임스 필처 기자는 "놀라운 것은 미투 운동이 성매매 밀집 지역에까지 퍼져 있었다는 것이었다"면서 "어머니들은 이 지역의 딸들이 성매매 조직에 유인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위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IRE 2019(Investigative Reporters & Editors) 컨퍼런스'에서 만난 필처 기자는 '미투 운동' 이후 미국 언론들의 성범죄 관련 보도가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의 보도는 그동안 성매매 범죄에 직접 가담한 범죄자 내지는 동조자로 여겨졌던 '성(性) 판매자' 여성들의 '미투 목소리'를 담아낸 기사였다.

머리안이 성매매의 대가로 제공한 마약에 중독되면서 스스로 성매매 조직을 빠져나오거나 자신의 피해사실을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던 여성들을 성범죄의 피해자로 조명한 것이다.

일반적인 의미의 매춘(prostitution)과 달리 신체적 협박이나 경제적인 위협 등을 동원해 성매매 행위에 참여하도록 강요 받은 성매매(Sex trafficking)의 경우 성 판매에 동원된 여성들은 범죄 피해자로서 봐야 한다고 필처 기자는 말했다.

그가 발표자로 나선 '성범죄 탐사'(Investigating sex crimes) 세션에는 백여명이 넘는 미국 현지 탐사보도 기자와 에디터들이 몰렸다. 2017년 하반기 시작된 '미투 운동' 확산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성범죄 취재에 대한 미국 기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취재설명서] 저변 넓히는 미국의 미투(ME TOO) 보도
(사진설명: 지난달 15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IRE 2019 컨퍼런스'에서 미국 기자들이 성범죄 관련 탐사보도 취재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의 제임스 필처 기자, 휴스턴 클로니클의 가브리엘 뱅크스 기자, KUT NEWS의 나디아 햄던 기자)

■ "성범죄는 탐사보도의 주요 타겟 돼야".

제임스 필처 기자와 함께 발표자로 나선 <휴스턴 크로니클>의 가브리엘 뱅크스 기자는 "성매매 여성들은 주변의 시선과 선입견 때문에 자신들이 처한 고통을 쉽게 이야기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와인스타인 사건이 미투 운동을 불러일으킨 뒤 피해여성들 스스로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좀 더 주저 하지 않게 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가브리엘 뱅크스 기자는 휴스턴 지역의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그들을 고용주 또는 성매수자들에 의해 신체적인 위협을 받거나 범죄의 대상이 되는 케이스에 대해 탐사보도 했다. 뱅크스는 "미투 운동 이후 독자들 역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됐다"면서 "이같은 흐름을 이어 가기 위해서라도 성범죄는 탐사보도의 지속적인 타겟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9 KPF 디플로마-탐사보도 과정에 참여 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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