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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차라리 뺑뺑이'

입력 2019-07-11 21:28 수정 2019-07-1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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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태국의 스물한 살 청년들은 매년 4월이 되면 한자리에 모여서 울고 웃습니다.

그들은 항아리같이 생긴 동그란 통에 손을 넣고 제비를 뽑는데…

'입대'

빨간색을 뽑은 사람의 표정은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렵게 어두워지고,

'면제'

검은색을 뽑은 사람은 만세를 부르거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등 기쁨을 감추지 못합니다.

태국의 추첨 징병제 현장의 모습입니다.

한해 필요한 군인의 숫자를 정해놓고 지원자를 모집한 뒤에 부족할 경우에는 전국의 만 21세 남성에게 소집령을 내려 제비뽑기를 하는 방식입니다.

승려가 되어버린 사람도 한국에서 활동하는 유명 아이돌 멤버도 피할 수 없는 절차라고 하는데…

이것도 어찌 보면 제가 며칠 전 앵커브리핑에서 소개해드린 지극히 공정한 이른바 '뺑뺑이'의 방식을 따르고 있으니…

희비는 엇갈리겠지만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하는군요.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누구나 다 가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누구나 다 예외 없이 가지는 않는 곳…

국민의 4대 의무이니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당연히 가야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 특별한 사유를 어떻게든 만들어내서 끝내는 가지 않는 곳…

그래서 누구는 몸무게를 늘리거나 줄이고, 누구는 영 생소한 질환을 이유를 들고…

그 외에도 셀 수 없는 여러 가지 특별한 사유를 만들어 내는 이른바 '신의 아들이 태어나는 곳', 군대…

17년을 기다린 끝에 다시 입국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지로 모를 이제는 중년이 되어버린 남자가 있습니다.

그 17년이라는 시간은 대중과의 약속을 어긴 그 스스로가 불러들인 재앙이기도 했습니다.

법적으로는 그때부터도 그를 막을 이유가 없었다지만 법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이유를 그도 모를 리 없을 터…

이미 그는 전성기를 잃어버린 나이인 데다가 특정인에게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동정론도 있긴 있지만 아직도 여론은 싸늘함이 더 큽니다.

어찌 됐든 그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그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날의 공항 풍경은 어떠할까…

적어도 매년 4월 스물한 살이 된 청년들이 항아리에 손을 넣어 제비를 뽑고 종이 색깔에 따라서 울고 웃는 풍경보다는 확실히 덜 아름다울 것 같다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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