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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나를 대신해 싸워줄 수 있나요?" 그들이 언론에 기대하는 단 한 가지

입력 2019-07-05 09:14 수정 2019-07-1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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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나를 대신해 싸워줄 수 있나요?" 그들이 언론에 기대하는 단 한 가지

우리 독자들은 기자가 자신들을 위해 대신 싸워줄 존재라고 기대해요. 시민들이 궁금해 하지만 정부나 기관은 감추고 싶어 하는 기록을 얻기 위해 기자들이 직접 법정에 가는 거죠. 궁금해 하는 시민들을 대신해서요. 결과가 항상 좋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달려들어서 물어보고 정보를 캐고 싸우는 과정을 본 사람들은 언론이 그들의 동반자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브리타니 월만 기자는 지난해 법정에 자주 드나들어야 했다. 취재를 위한 재판 방청이나 취재원을 만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보도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직접 지역 교육청과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기록을 얻기까지 지리한 법정 싸움을 벌였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유명 일간지 <선 센티넬> 탐사보도팀의 월만 기자가 얻기 위해 싸운 건 지난해 2월 파크랜드시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한 기록들이었다.

17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이 사건은 2012년 26명의 사망자를 낸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총기 사고였다.

<선 센티넬> 탐사보도팀 기자들은 사건 당시 현장을 생생히 담고 있는 CCTV 화면, 총격이 이뤄지고 있는 사이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이 주고받았던 내부 무전 기록이 필요했다. 총기 난사의 범인은 따로 있었지만 초기 대처를 제대로 못해 희생자 규모를 키운 경찰과 이 지역 교육 당국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취재설명서] "나를 대신해 싸워줄 수 있나요?" 그들이 언론에 기대하는 단 한 가지 (지난달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일간지 <선 센티넬> 탐사보도팀 기자들이 파크랜드 더글러스 고교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취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랜디 로거스키, 메건 오마츠, 브리타니 월만 기자)


■사건현장 기록 얻기 위해 신문사가 직접 정보공개 소송 걸기도

이 신문사의 담당 변호사가 직접 더글러스 고교와 지역 교육청을 상대로 정보 공개 소송을 벌였다. 소송전 끝에 이들은 다양한 기록을 얻어냈다. 학교 안팎에 설치돼 있던 전체 CCTV 영상과 경찰 무전 기록, 경찰의 바디캠 화면 파일 등 사건을 재구성 하는데 핵심적인 정보를 다수 입수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역 교육 당국과 학교 측이 뒤늦게 공개한 문서는 대부분 중요한 내용이 검게 지워져 있었다. 월만 기자가 문서 복구 프로그램을 이용해 주요 내용을 보도하자 이번에는 학교 측이 소송을 걸기도 했다. 줄리 앤더슨 편집국장은 "취재 과정에서 월만 기자가 거의 수감될 뻔 했다"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들이 사건 발생 이후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벌인 정보공개 소송과 계속된 보도를 통해 얻은 건 두 가지였다. 더글러스 고교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선 센티넬>의 연속 보도는 올해 퓰리처상 대상격인 공공 서비스 부문상을 수상했다.
 
[취재설명서] "나를 대신해 싸워줄 수 있나요?" 그들이 언론에 기대하는 단 한 가지 (선 센티넬 탐사보도팀 기자들은 더글러스 고교 총기 난사 사건 발생 직후 경찰과 교육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 등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 보도로 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희생자·지역 주민 위해 싸운 언론, 가장 큰 호응 얻어

또 다른 하나는 지역 주민들의 지지였다. 사건 직후 미국 전역의 언론이 더글러스 고교 앞으로 모여들었고 취재 경쟁도 심했다. 메건 오마츠 기자는 "뉴욕타임스 같은 더 유명한 신문의 기자들에게 먼저 대답하고 취재에 응할 때는 좌절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결국 이 사건 취재를 위해 더 오래 자리를 지키고 희생자 가족과 시민들을 대신해 법정에 가 싸운 <선 센티넬>의 기사에 더 큰 호응을 보냈다.

"언론이 그들의 동반자라고 믿을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월만 기자의 말은 그가 직접 치열하게 부딪히고 싸워서 얻어낸 경험담이었다.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하는 한국 언론과 대중들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비결이지 않을까.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9 KPF 디플로마-탐사보도 과정에 참여 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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