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매년 반복되는 '경비실 에어컨 설치' 갈등

입력 2019-07-04 21:1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경비실 에어컨 문제는 여름마다 반복됩니다.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열악한 곳이 많습니다. 윤재영 기자가 아파트를 돌며 실태를 파악해봤습니다. 주민들이 한 달에 100원이 안 되는 돈만 부담하면 되는 곳도 있었습니다.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6단지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반대합시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매달 관리비가 죽을 때까지 오르거나 공기가 오염된다'.

2년 전 서울 중랑구 한 아파트에 붙었던 벽보입니다.

또 다른 사진을 보면요.

이것도 2년 전 대전 한 아파트사진인데 경비실 에어컨을 이렇게 검은 비닐을 싸서 쓰지 못하게 하거나 밑에 계량기도 달아두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경비실 에어컨에 대해선 찬성 만큼이나 우려와 거부감도 강합니다.

폭염이 다가온 요즘의 상황은 어떨까요.

지난 5월 서울시가 아파트 2000여단지를 조사했습니다.

8700개가 넘는 경비실 중 에어컨이 있는 곳은 64%였습니다.

10곳 중 4곳 꼴로 에어컨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주민 반대 때문이라는 곳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경비실에 에어컨이 한 대도 없는 서울의 한 아파트를 찾았습니다.

4500세대에 경비실이 151개에 달합니다.

[경비원 : 엄청 덥죠. 속옷이 다 땀으로 젖어있죠.]

햇볕으로 달궈진 경비실은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합니다.

주민 대부분이 에어컨 설치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민 : 에어컨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죠. 관리비에 우리 적립하는 돈들이 다 있잖아요.]

그럼에도 어려운 것은 관리사무소와 주민 대표 측이 부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아파트라 변압기 용량이 부족해 설치를 하고 싶어도 못 한다는 것입니다.

[주민 대표 : 에어컨 꺼라 TV 꺼라 해서 작년에 겨우 넘겼어요. 한전 같은 데서 지원을 해줘서 그걸(변압기를) 해결해주면.]

[경비원 : 나는 솔직히 용량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벽걸이랑 스탠드는 먹는 용량이 달라요. 용량이 달려 겁이 나서 기계 안 틉니까?]

경비실이 50개가 넘는 2000세대의 또 다른 아파트.

바깥 기온이 32도로 오른 오후, 경비실 안의 온도도 바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이 아파트도 에어컨 설치를 논의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관리사무소 : 왜 우리만 빨리 하느냐. 다른 단지는 (인원) 50% 다 줄였는데, 줄여서 그 때 적극적으로 검토하자 이런 의견들이 많이 나왔어요.]

옆 단지에서는 에어컨을 놓기로 결정하고 업체를 대상으로 입찰 공고까지 냈습니다.

그러나 주민 일부는 여전히 반대합니다.

[주민 : 하루종일 틀어놓는 것이 문제야. 더우니까 안 끈단 말이에요. 경비아저씨들이 전기를 안 아껴요. 전기로 밥도 해먹고 찌개도 해먹고 다 해먹더라고.]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는 동 대표 9명 중 5명의 반대로 논의가 미뤄졌습니다.

[반대 동대표 : 돈 들 데가 너무 많거든요. 저는 (해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시점이 지금 시점이 아니란 거죠.]

관리비보다 주민 정서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관리사무소장 : 말 할 때는 전부 다 찬성이지. (누가) 자비로 경비실에 달아줬는데 주민이 민원 넣어서 뺐어요. '우리 집에도 안 다는데 무슨 경비실에다 달아' 돈 문제 이런 거 보다 그 기분적인.]

에어컨을 달았지만 쓰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충남 한 아파트에서는 최근 주민 30여 명이 100만 원을 모금해 경비실 두 곳에 에어컨을 달았습니다.

동대표 회의에서 에어컨 설치가 무산되자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것입니다.

하루 8시간씩 틀었을 때 한 달 전기료는 26000원이 나옵니다.

두 대의 전기료를 938세대가 나눠 낸다고 치면 한 달에 60원을 부담하게 됩니다.

[경비원 :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앞으로 모든 일에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그럼에도 에어컨을 쓰는 데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습니다.

[반대 주민 : 임대 아파트거든요. 집주인이 따로 있는 건축물에 시설을 넣는 거에서부터 안전사고 위험도 있는거고. 시행사가 있고 용역업체가 (해 줄 수) 있잖아요.]

현행 규정상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누가 할 것인지는 아파트 자율에 맡겨져 있습니다.

'우리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이 있나요?'

서울시가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독려하기 위해 만든 포스터입니다.

하지만 에어컨이 없는 여러 아파트 가운데 이 포스터를 볼 수 있는 곳은 아직 없었습니다.

(인턴기자 : 곽윤아)

관련기사

'누진제 개편안' 진통 끝 통과…내달부터 전기료 인하 "매년 7~8월 누진제 완화"…1600만가구 전기료 1만원↓ 올 여름 우리집 전기요금은?…'누진제 개편' 열띤 공청회 누진제 개편안…올해 여름엔 '전기료 폭탄' 걱정 덜까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