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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입력 2019-07-03 09:03 수정 2019-07-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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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무역담판 나흘 전(지난달 25일), 베이징의 중국 외교부 브리핑룸. 정례브리핑이 예정된 오후 3시가 되자 5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속속 모였습니다. 청바지는 물론 반바지나 운동복을 입은 외신기자도 눈에 띄었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기자 옆엔 한국 특파원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분이 지나 등장했습니다. 간략한 일정 브리핑 후 질의응답이 시작됐습니다.

이탈리아부터 네덜란드, 아르헨티나까지. 각국에서 온 기자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물었습니다. 가장 많이 등장한 건 역시 '미국'과 '트럼프' 입니다. 25분간 12명의 기자가 질의했는데 7명이 미국과 관련된 사안을 물었습니다. 홍콩의 인권문제나 중국 은행에 대한 미국의 제재 등 민감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답변은 질문만큼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엄격한 PG(Press Guideline)가 있음을 짐작케 했습니다. 겅솽 대변인은 '일방주의(unilaterism)','일방의(unilateral)'이란 단어를 자주 썼습니다. 이 단어는 세계경기 둔화를 우려한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대한 답변에도 두루 쓰였습니다. 미국을 콕 찝어 말하는 부담을 덜기 위한 외교적 수사로 읽혔습니다. 동시에 중국은 '다자주의(multilaterism)'를 추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흘 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다자주의(multiraterism)'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보호주의·일방주의가 국제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자유경제의 상징이던 미국은 일방주의로, IT 등 해외기업의 자국 진출을 통제해온 중국은 다자주의로 규정한 겁니다.

이번 오사카 공동선언에 '공정한 무역'은 담겼지만 '반 보호주의' 무역은 빠졌습니다. 미국의 입김 때문입니다. 미·중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는 중국은 공정하지 못하고, 따라서 대규모 관세 등의 자국에 대한 보호는 필요하단 뜻이겠지요.

치열한 외교전의 언어엔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는 속뜻이 숨어있습니다. 말은 각자의 이익을 대변합니다. 당장 화웨이 사태부터 선택을 강요받는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외교 언어가 필요해보입니다.

 
[취재설명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취재설명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지난달 25일 중국 외교부를 방문한 한국 기자들이 겅솽 중국 외교부대변인과 면담을 했다. JTBC 등 5개 언론사의 기자들은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중국 신화사가 주최하는 한-중 언론교류 프로그램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사진제공: 중국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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