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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8일간 지켜본 '홍콩 시위'…거리로 나온 200만 시민

입력 2019-06-27 08:55 수정 2019-06-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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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8일간 지켜본 '홍콩 시위'…거리로 나온 200만 시민

■ 홍콩 시민 200만명의 '소리 없는 아우성'

# 6월 16일
행진 시작 1시간 전, 홍콩 시민들은 차분하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검정 옷을 입고 '법안 철회' '비폭력'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습니다. 전날 숨진 량링제 씨를 추모하는 하얀 꽃도 보였습니다. '시위 다운' 모습은 이 정도였습니다.

시민들은 구호를 외치다가도 이내 같이 나온 가족,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빅토리아 공원에서 입법회 근처 타마르 공원까지, 3km 가량 되는 거리를 천천히 걸어나갔습니다. 도착해서는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여 앉았습니다. 우산으로 햇빛을 가리고 간식을 꺼내 먹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취재설명서] 8일간 지켜본 '홍콩 시위'…거리로 나온 200만 시민

언뜻 봐선 나들이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시민들이 만들어낸 화력은 대단했습니다. 주최 측 추산으로 200만여명, 홍콩시민 10명 중 3명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되돌아온 이래 최대 규모입니다. '범죄인 인도 법안을 없애라'며 시작한 지난 9일 100만 시위가 일주일 만에 200만 시위가 된 겁니다.
 
당국의 묵묵부답에 시민들은 크게 두 가지를 더 요구했습니다.
'강경 진압에 대한 경찰의 사과'와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

■ 홍콩 민심이 '등 돌리기'까지의 시간, 나흘

# 6월 12일

"피하세요! 조심하세요!"

회색 최루탄 연기가 위협적으로 피어오르는 현장을 등 뒤로 검정 무리가 취재진 쪽으로 우르르 몰려왔습니다. 물대포, 고무탄 등을 쏘는 경찰을 피하는 중이었습니다.  매운 가스에 눈물을 흘리고 콜록 거리는 사람들, 뛰다가 넘어진 사람들…거리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지하철 보관소에 캐리어만 던져두고 무방비로 시내에 나온 취재진은 당황했습니다. '잘못하면 다치겠다'는 생각도 본능적으로 들었습니다.

IFC몰(쇼핑몰)로 이어지는 다리 한 켠에서는 물, 마스크 등을 나눠줬습니다. 몰 안도 시위대 차지였습니다. 상점들은 황급히 문을 걸어 잠궜습니다.

이날 시민 81명이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으로 부상을 입었습니다. 30여명이 체포됐습니다. 시위 참여자를 잡으려고 경찰이 병원을 돌아다닌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며칠 뒤 한 홍콩 입법회 의원은 "경찰이 시위대 색출을 위해 병원 시스템에 접속했다"며 증거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 6월 13~15일

분위기는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시민들은 정부의 사과를 원했습니다. 

홍콩 경찰은 13일 아침부터 입법회와 정부청사로 갈 수 있는 구름다리를 서둘러 막았습니다. 막힌 다리 위에서 시민들은 '싱 할렐루야 투 더 로드'를 불렀습니다. 폭력을 비난하는 메시지가 벽 한면을 빼곡히 채웠습니다.
 
[취재설명서] 8일간 지켜본 '홍콩 시위'…거리로 나온 200만 시민

200만 시위가 열리기 하루 전(15일), 캐리 람 행정장관은 갑자기 기자 회견을 열었습니다. 법안 심의를 기한을 두지 않고 미루겠다고 했습니다. 한 발 물러서는 듯 했습니다. 여전히 12일 시위를 '폭동'으로 보고, 공권력 사용은 경찰의 사명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같은 시각, 정부 청사 맞은편 건물 4층에서는 35살 홍콩 시민 량링제 씨가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난지 6시간 채 되지 않아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캐리 람이 홍콩을 죽이고 있다, 냉혈한 검은 경찰'

그가 입은 노란색 우비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었습니다.

■ "취재해 줘서 고맙다" 절박한 홍콩 시민들의 결말은?
 
[취재설명서] 8일간 지켜본 '홍콩 시위'…거리로 나온 200만 시민

시위 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본의 아니게 역주행을 하는 취재진에게 시민들은 '고맙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국제 사회의 관심은 그들에게 절박해 보였습니다. 현지 기자는 "홍콩 시민들이 분노와 동시에 자신들의 목소리만으로 홍콩과 중국 정부를 상대하지 못한다는 절망에 빠져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활동가 조슈아 웡은 5년 전 우산혁명 때보다 '우리는 강해졌다'고 했지만, 시민들은 아무 성과도 없이 흐지부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취재설명서] 8일간 지켜본 '홍콩 시위'…거리로 나온 200만 시민 ▲ 홍콩 시위를 관심 있게 다룬 한국 언론·사회를 소개한 기사

시위대는 G20 정상회의를 공론화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때마침 무역분쟁 등 중국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미국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집니다. 중국이 홍콩 문제를 두고 단호하게 '내정'이라고 선을 긋고 있어 G20에서 논의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오는 7월 1일은 홍콩의 주권 반환일입니다. 시민단체는 이날 또한번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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