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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휘파람을 불다'

입력 2019-06-25 21:37 수정 2019-06-2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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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청년은 휘파람 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우주로 나간 첫 번째 인간,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이야기입니다.

"지구는 파랗다. 얼마나 멋진가. 얼마나 놀라운가"
- 유리 가가린 / 인류 첫 우주비행사

1961년, 그는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약 두 시간가량 지구 궤도를 한 바퀴 돌았는데…

스물일곱 살의 그 청년은 푸른 지구를 바라보면서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조국은 듣는다. 조국은 안다.
그의 아들이 어느 곳을 날고 있는지.
다정한 손길과 애정 어린 사랑으로…"
- 노래 The Motherland Hears The Motherland Knows

깜깜한 우주 한가운데에 흐르듯 스며들었을 인간이 내는 아름다운 소리…

청년이 우주에서 휘파람을 불었던 그 시간보다 8년이 앞선 시간.

참혹한 전쟁을 잠시 멈춘 어느 전장에서도 노래는 울려 퍼졌습니다.

"총성이 멈추자 모두가 노래를 부르고 환호합니다. 중공군도 마찬가지입니다. 곳곳에 광명이 비춘 듯합니다."
- 영국군 폴 버크의 편지

한국전쟁에 참전한 영국 소년병 폴 버크의 편지에는 이유도 모른 채 싸워야 했던…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싫습니다…어머니의 애플파이가 너무도 그립습니다."
- 영국군 폴 버크의 편지

먼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박혀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딱 69년 전의 오늘,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곳에서 벌어진 참혹한 비극이었습니다.

모두를 두렵게 했던 그 총성이 멈춘 순간.

그 수많은 젊은이들의 노래와 휘파람 역시 광활한 우주 어딘가로 흩어져,

유리 가가린의 휘파람 소리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오래오래 유영하고 있지 않을까…

며칠 후면 미국의 대통령이 와서 그의 전임들이 그랬던 것처럼 전쟁이 멈춘 그곳을 다시 찾는다고 하지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북핵 문제의 해법과 더디게 나아가다 멈춰선 협의로 모두가 지쳐갈 무렵…

지구상에 하나 남은 분단의 선을 찾을 그에게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

그 역시, 66년 전 전쟁이 멈춘 자리에서 그의 젊었던 선대들이 새로운 희망으로 불었던 휘파람 소리를 들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야말로…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와 한 번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켜주기 위하여 나라의 부름에 응한…우리의 아들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그의 선대들로부터 그에게 전해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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