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산 옷을 국산으로 둔갑시켜서 백화점에 몇 년 동안 납품했던 디자이너가 최근에 적발됐습니다. 완제품을 사다 상표만 바꿔 파는 이른바 '라벨 갈이'인데요. 소비자들이 피해보는 건 물론이고 양심적으로 장사하는 다른 상인들도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자정을 넘긴 새벽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입니다.
유명 브랜드에 납품하는 옷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도매상인 : 이 두 개는 지금 (브랜드) 들어가고 있고, 다 같은 곳이고 주로 OO, 거기랑 OOOO. 다 들어가긴 하는데 뭘 딱 집어서 말씀드리기가 그러네요.]
모두 백화점에서 유명 브랜드로 팔린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도매상 : 태그를 이렇게 붙였으면 여기 브랜드, 이렇게 붙이면 여기 브랜드. 가격 차이는 보통 2배에서 3배 정도 나요.]
같은 옷을 브랜드만 바꿔 파는 이른바 '브랜드 라벨갈이'는 법적으로 규제가 쉽지 않습니다.
[소비자 : 결국은 우리는 백화점 물건 비싸게 샀는데 고스란히 피해를 본 거잖아요.]
더 큰 문제는 생산 국가까지 바꾸는 불법 원산지 라벨갈이입니다.
중견 디자이너 A씨의 의류 창고입니다.
A씨는 이곳에서 동대문에서 산 중국산 옷의 라벨을 떼고 자신의 이름을 딴 라벨을 붙였습니다.
백화점에도 입점된 고가의 브랜드였습니다.
A씨의 옷을 판 매장은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만 12곳에 달합니다.
[김소담/소비자 :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죠. 원산지나 누가 만들었는지 알아야 소비자도 그거에 대한 가치를 돈으로 사는 거잖아요.]
실제 최근 원산지 불법 라벨 갈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중국산 라벨을 자르고 한국산 라벨을 붙인 도매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중국산 표시를 그대로 둔채 한국산 스티커를 붙인 사례도 있습니다.
동대문 도매시장 한 점포에서 파는 중국산 청바지입니다. 여기 보면 이렇게 메이드인 차이나라는 라벨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너무 허술하게 붙어 있어서 힘을 조금만 줘서 당기면 떼어낼 수 있습니다.
(△ 영상에 나온 동대문 도매시장 점포는 국산 제품을 취급하는 곳으로 라벨갈이와 무관한 업체임을 알려드립니다.)
수입 의류는 국내 세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원산지 라벨을 붙여야 합니다.
하지만 세관 통과 뒤 곧바로 라벨을 떼어 버려도 문제가 안됩니다.
[도매상인 : 외관상 내가 진열을 하다 보면 떼어 버려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이 중국이다 하면 태클을 건대요.]
[의류 도매상 : 이거(라벨)는 이렇게 뚝 떼어버리고 메이드 인 코리아다 하면 인정을 하는 거죠.]
라벨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들이 모인 골목인데요.
점포들 곳곳에 이렇게 "원산지 표시 라벨갈이를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단속이 심해지자 업체들이 스스로 내건 안내문입니다.
하지만 업체들은 라벨을 뗀 채 가져온 옷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라벨업체 : 다 잘라오면 우리가 어떻게 알아. 중국에서 왔는지 어디서 왔는지 우리는 아무것도 몰라요.]
동대문 도매상가에 진열된 신발들입니다.
대부분 원산지를 새겨 놓거나 쉽게 지워지지 않도록 인쇄돼 있습니다.
하지만 원산지를 아예 표기하지 않거나 쉽게 뗄 수 있는 스티커로 붙인 경우도 있습니다.
손으로 문지르자 원산지를 적은 글자가 지워지기도 합니다.
국산 수제화 업자들은 피해를 호소합니다.
[수제화 장인 : '우리도 수제화예요' (하면서) 옆에서 싼 중국 거라든가 이런 걸 판단 말이에요. 그런데 소비자들은 몰라요. 기본적인 페어플레이할 수 있는 장이 안 만들어졌단 거죠.]
라벨 부착을 상인들의 양심에 맡기는 동안 소비자 신뢰는 무너지고 결국 그 피해가 상인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쉽게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화면제공 : 관세청·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영상취재 : 최진 / 인턴기자 : 곽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