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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엄근진. 지옥고. 피뽑탈'

입력 2019-06-24 21:37 수정 2019-06-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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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트와이스, 레드벨벳, 블랙핑크의 멤버 수를 모두 더하면 몇 명인가?'

한때는 젊은 감성 따라가겠노라고 저도 신경 좀 써서 이런 문제 정도는 맞히기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줄임말에는 도무지 적응이 안 돼서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심지어 '별다줄'… 별걸 다 줄인다는. 줄임말까지 나왔을 정도니까요.

"'달빛 창문'을 축약한 줄 알고 사용했다"
- 나경원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2019년 6월 20일 관훈토론회)


소통하려면 젊은 세대들 말을 공부하듯 해야 하니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사용했다는 야당 원내대표의 해명도 있었고…

지난 주말 청년들과 마주 앉은 그 역시 줄임말로 인해 애를 먹었던 모양입니다.

'엄근진' '지옥고' 그리고 '피뽑탈'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신조어를 검색해 준비했다지만 벼락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일까…

[지옥고] 반지하·옥탑방·고시원

결국 하나를 맞추고 둘은 틀렸습니다. 

맞추지 못한 줄임말의 풀이는 다음과 같았는데

[엄근진] 엄격·근엄·진지
[피뽑탈] 최종합격 전 신체검사에서 피만 뽑히고 탈락

그중의 하나는 마지막 취업 관문 하나를 넘지 못해 수없이 좌절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들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학점도 엉터리, 3점도 안 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
아주 큰 기업들인데도 다 최종 합격"
- 황교안 / 자유한국당 대표


공교롭게도 바로 그 이틀 전, 논란이 되었던 그 발언과 맥이 닿아있었던 것이지요.

짐작건대 그 자신도 조금은 당황했을 것도 같습니다.

"낮은 점수를 높게 이야기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반대도 거짓말이라고 해야 하느냐"
"내 마음을 잘 읽어보면 알 것"
- 황교안 / 자유한국당 대표


위로하고 격려하고자 조금 양념을 섞어 내놓은 말인데 왜 이리들 예민한가…

그러나 다르게 본다면 그가 친 양념은 지금 청년 세대의 가장 아픈 상처 위에 뿌려진 셈이 되었으니…

엄근진, 지옥고, 피뽑탈.

문제가 되었던 것은 그저 줄임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내 마음을 읽어보면 알 것이다"

진의는 그것이 아니었다고 그는 이야기했지만 세상이 정작 들여다보고 읽어봐야 할 것은

얼핏 듣기에도 무거운 느낌의 그 줄임말 안에 들어가 있는 청년들의 고민과 잠 못 이루는 시간들.

그렇게 보자면 아이돌 그룹 숫자 외는 것으로 젊은 감성 따라갔다고 잠시 우쭐했던 저도 꽤나 한가했던 모양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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