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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민주화 동지' 이희호 여사 별세…정치권 일제히 애도

입력 2019-06-11 18:54

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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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97세를 일기로 어젯밤(10일) 소천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이희호 여사를 아내이자 동지라고 표현했죠. 여성 인권을 위해 힘쓴 여성운동가였고 또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역경을 함께 한 우리시대의 민주주의자이기도 했습니다. 장례는 5일 동안 사회장으로 치러질 예정입니다. 오늘 신 반장 발제에서는 이희호 여사 별세 소식 또 쏟아지는 애도의 메시지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고 이희호 여사가 어젯밤 11시 37분, 97세의 일기로 그의 동지 곁으로 떠났습니다. 이 여사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기 이전에 민주화운동과 사회운동 그리고 여성운동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한국현대사의 거목이었습니다. 마침 떠난 날도 6·10 민주항쟁이 32주년을 맞은 날입니다.

1922년 생인 이 여사는 고령으로 수년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요. 지난주부터 상태가 급속히 나빠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천 순간까지도 또렷한 정신을 잃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의 찬송가를 따라부르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나눈 뒤에 마지막 눈을 감았습니다.

[김성재/고 이희호 여사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 : 이희호 여사님께서는 두 가지 유언을 하셨습니다. 첫째는 우리 국민들께서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자신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두 번째 유언은 동교동 사저를 가칭 '대통령 사저 기념관'으로 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상금을 대통령 기념사업 기금으로 사용하도록 해 달라는 당부였습니다. 이 동교동 사저에는 '김대중' 그리고 '이희호' 여섯자가 적힌 명패가 나란히 걸려있는데요. 이희호 여사는 생전 두 사람의 관계를 '동역자'라고 표현했습니다.

자서전 '나의사랑 나의조국'에는 "내가 그의 동역자로서의 인생을 아낌없이 바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조국을 사랑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여사는 유복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서 명문 이화여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까지 한 소위 '엘리트' 출신입니다. 귀국 후에는 적극적인 사회운동과 여성운동에 헌신했죠. 그러던 중 아이가 둘이나 있는 홀아비이자 당시에는 '정치낭인'이라고 불렸던 김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두 사람의 결혼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결혼한 지 10일 만에 반혁명 혐의로 체포된 남편. 그리고 20년 넘게 이어진 연금과 투옥 납치와 망명까지. 이 여사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던 김 전 대통령의 곁에 항상 함께했습니다.

[고 이희호/여사 (2013년 7월 3일) : 37년 만이에요. 모든 피고인을 죄 없이 교도소에 수감했습니다. 그 방에는 창문에도 전부 비닐로 붙여가지고 바깥을 내다볼 수도 없고 하늘도 쳐다볼 수 없는, 그리고 흙도 밟을 수 없는 그런 장소였습니다. 그런 걸 생각할 적에 오늘 무죄로 판결이 나서 대단히 기쁩니다.]

또 내조에 불과했던 영부인의 전형도 깼습니다. 단독 해외순방만 5차례, 2002년에는 대통령을 대신해서 유엔 아동특별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에도 나섰었죠. 또 남북 관계에서도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북한은 당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6명으로 구성된 특사 조의방문단을 보냈습니다.

반대로 2011년에는 이희호 여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문하기 위해서 방북했고, 상주이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이렇게 만났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이후에 만난 우리 측의 첫 인사였습니다. 이후 2015년에도 이희호 여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초대로 북한을 다녀온 바가 있습니다.

[고 이희호/여사 (2015년 8월 8일) : 평양에서 애육원, 육아원 등을 방문하고 해맑은 어린이들의 손을 잡으면서 다음 세대에 분단의 아픔을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더욱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6·15가 선포한 화해와 협력, 사랑과 평화에 하나 됨의 역사를 이루게 되기를 바랍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런 각별한 인연 때문에 북한이 조문단을 보내 올 가능성도 주목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최근 답보상태에 놓인 남북관계에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함께 나옵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문 대통령에게도 아낌없는 조언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직접 참석했는데요. 앞선 환담자리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이 여사에게 무릎을 굽혀 인사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 (2017년 8월 18일) : 김대중 대통령님이 보여주신 통일을 향한 담대한 비전과 실사구시의 정신, 안보와 평화에 대한 결연한 의지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갈 것입니다.]

북유럽 순방차 핀란드에 머물고 있는 문 대통령은 소천 소식에 애도 메세지를 냈습니다. "이 여사는 정치인 김대중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만들고 지킨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민주주의자였다"면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계속 응원해주리라 믿는다"고 했습니다.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조문단도 오늘 오후 신촌 세브란스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습니다.

[노영민/대통령 비서실장 : 이희호 여사님께서는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서 한생을 헌신하신 우리 시대의 큰 어른이셨습니다. 여성운동의 선구자셨고 무엇보다 분단을 아파하신 그런 분이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께서도 정말 애통해하시면서 귀국하시는 대로 찾아뵙겠다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정치권도 오늘만큼은 정쟁을 멈췄습니다. 일제히 빈소를 찾아서 한마음으로 애도의 뜻을 전했는데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의 거목을 잃었다는 데에는 여야 이견은 없었습니다. 정치권이 전한 애도의 메시지는 들어가서 더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민주화의 동지 이희호 여사, '인동초' DJ의 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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