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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죽음 내몬 '사채 덫'…가계부채 상담관 돼보니

입력 2019-05-23 08:51 수정 2019-05-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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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활이 어려워 빚을 내고, 그게 사채여서 그 부담으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들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23일) 뉴스 미션은 막다른 골목에서 버티기가 너무 힘겨운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김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집에 빨간딱지 붙는데 딱 죽고 싶었다."

"돈이 무서운지는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얼마 전 저희가 보도해 드린 시흥의 일가족 사망 사건 기사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사채 때문에 받은 고통을 말하고 있는데요.

실상이 어떤지 뉴스 미션이 가보겠습니다.

취재진은 상담에 앞서 전문가들로부터 기초 교육을 받았습니다.

다음날 서울 금융복지 상담센터, 전화기가 쉴새 없이 울립니다.

[부모님 양육 값, 병원비로 2500만원? 2700만원?]

[빚이 막 너무 힘들어서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거든요.]

대부분 가계빚으로 어찌할 바 모르다 걸려온 전화입니다.

직접 찾아가서 만나봤습니다.

[대면 상담 신청자 : 딱지 붙이고 이런 내용들을 보니까 겁이… 심장이 덜렁 가라앉은 거 같은 거예요.]

대부분 절박한 상황에서 빚을 졌다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대면 상담 신청자 : 내가 다리 끌고 다니면서 종이 줍고 거기에서 27만원 받거든요… 그것도 또 압류가 들어온 거예요. 한 달에 300만원 병원비 내는데, 있는 거 다 정말… 거지가 되다시피.]

이 센터 상담 건수는 5년 만에 5배가 늘었습니다.

매달 평균 2000건을 상담합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진 빚은 보통 수천만 원 수준입니다.

주로 월수입이 100만 원대라 생활고 때문에 낸 빚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의 테두리 밖에서 살인적인 이자율을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빚 때문에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는 A씨를 만나봤습니다.

남편이 죽은 뒤 장사를 시작하려고 빌린 1500만 원이 문제였습니다.

이율은 상상을 초월했고,

[A씨 : 100만원을 빌리면 140만원 정도로 갚아야 됐어요.]

2년 동안 원금을 갚고도 4800만 원의 이자가 남았습니다.

사채업자의 독촉은 매서웠습니다.

[사채업자 : (집으로 오신다고요?) 차를 갖고 가야 됩니다. 거지 같은 X이 XXX이 어디고 지금.]

[A씨 : 패물 같은 건 다 팔고 쌀하고 김치가 없었어요.]

A씨는 결국 이 센터의 도움을 받아 파산 절차를 밟았습니다.

이후 임대 주택 등을 지원받고, 지금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채업자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황상진/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상담관 : 파산회생 상담이나 복지서비스 연계 등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사흘 동안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 약자나 소외 계층들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진 가계 빚 때문에 삶까지 포기하는 일은 이제는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영상디자인 : 정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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