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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닭 죽이고…냉동고에 뒀다가 폭염때 보험금 청구

입력 2019-05-22 21:15 수정 2019-05-23 11:41

양계농가 '잔인한 보험사기'
보험영업 담당 축협 직원들도 보험사기 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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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농가 '잔인한 보험사기'
보험영업 담당 축협 직원들도 보험사기 가담


[앵커]

저희 취재진이 충남의 한 양계마을 농민들과 축협 직원들이 집단으로 보험 사기에 가담한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죽은 닭들의 숫자를 부풀리는 식으로 정부가 지원해주는 보험을 악용했습니다. 폭염으로 죽었다고 한 닭들도 알고 보니 이들이 죽인 것이었습니다. 죽은 닭들을 보관해뒀다가 보험을 타는데 이용했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충남 논산의 한 양계농장입니다.

이 농장에서 최근 2년 동안 재해로 죽었다고 신고한 닭은 5만여 마리.

농장주 홍모 씨는 4~5차례에 걸쳐 보험금 3억 원을 타냈습니다.

폭염이나 장마 등 자연 재해로 닭이 죽으면 보상을 받는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입니다.

현장실사를 나온 손해사정인에게는 악취 때문에 땅에 파묻었다며 미리 찍어 둔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찰 수사에서, 홍씨는 죽은 닭 숫자를 실제보다 부풀렸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양계농장 관계자 : 한 마리 죽었으면 한 마리만 죽었다고 해야 하는데, 몇 마리를 더 플러스시킨 거지. 그것 때문에 죄지.]

피해 규모를 부풀린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전기를 일부러 차단해놓고, 정전으로 환풍기가 멈춰 닭이 질식사했다고 속였습니다.

심지어 죽은 닭들을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폭염이 발생하면 다시 꺼내 보험금을 타냈습니다.

[충남지방경찰청 관계자 : 폐사한 것을 보관하고 있는 거지 냉동창고에다. 여름에 꺼내는 거야. 폭염주의보 떨어지면 사진 찍어서 (보험금) 청구하고.]

같은 마을의 또 다른 양계장.

농장주 정모 씨 역시 병으로 죽은 닭을, 정전 사고 등으로 위장해 보험금 2억 원을 받았습니다.

[손해보험사 관계자 : 농장에 도착해보니 환풍기가 정지돼 있더라. 그래서 누전차단기가 내려가 있었다.]

최근 이 지역에서 보험 사기로 입건된 농민은 모두 13명, 그 중 5명이 구속됐습니다.

한 농장주는 축사에 일부러 불을 내 죽인 닭으로 보험금을 타내고, 농장주끼리 폐사한 닭들을 돌려가며 보험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보험사기 양계농가 : 너나없이 다 한 거지 뭐. 안 한 사람이 누가 있어 다 했지. 여기 마을 사람 다 들어갔어.]

이들이 가입한 것은, 농식품부가 지원하고 농협손해보험이 운용하는 가축재해보험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가입비 70%가량을 지원해 주고, 피해 규모의 90%정도를 보장해 줍니다.

온 몸이 깃털로 덮인 닭은 폭염으로 매년 수백만 마리씩 폐사합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만에 사체들이 부패해 피해 규모를 부풀려도 이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보험을 판매하던 축협 직원들도 이 점을 노려 보험 사기에 가담했습니다.

빈 축사마다 닭 사체들이 나뒹굽니다.

사료 통부터 축사까지 텅 빈 이곳은 전북 군산의 한 양계농장입니다.

지난해 7월까지 충남지역 축산농협 직원 2명이 시설금을 투자해 운영하던 곳인데요.

실제 규모보다 피해금액을 부풀려 신청하는 방법으로 보험금 약 4억 원을 타냈습니다.

이들은 사료값을 아끼려고 닭들을 굶겨 죽인 뒤 사고로 위장했습니다.

경찰은 양계농민 5명과 축협직원 등 7명을 구속하고, 10여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전남 나주에서는 5년 동안 보험금 23억 원을 불법으로 타낸 오리 농장주 등이 구속됐습니다.

[전남 나주경찰서 관계자 : 여름에는 폐사(가축) 수를 부풀려서 보험금 청구하고.]

농식품부는 보험 가입 기준을 강화하고 자기부담금을 높이겠다는 입장.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투명한 사육 시스템과 관리 인력 확보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영상디자인 : 정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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