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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핵심협약 비준하면…실업자·해고자 노조 가입 길 열린다

입력 2019-05-22 15:32

노조 설립·가입 자유 확대…전교조 합법화와도 직결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보충역 제도 등도 수정 불가피
노동계 "국제노동기준 준수" vs 경영계 "국내 여건상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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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국제노동기준 준수" vs 경영계 "국내 여건상 시기상조"

ILO 핵심협약 비준하면…실업자·해고자 노조 가입 길 열린다

정부가 비준 절차에 나서기로 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은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하는 것으로, 국내 노사관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노조에 힘이 쏠릴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노동계는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노사관계를 위해 ILO 핵심협약 비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정기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힌 ILO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 제87호와 제98호,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등 3가지다.

이 가운데 국내법과 상충하는 부분이 많아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되는 것은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에 관한 ILO 핵심협약 제87호다.

제87호 협약은 기본적인 결사의 자유 원칙을 규정하고 자발적인 단체 설립과 가입, 설립된 단체의 자유로운 대표자 선출과 활동 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ILO에 가입한 187개국 가운데 제87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32개국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을 포함한 국내 노동관계법은 제87호 협약에 어긋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조항이 많다.

이 중에서도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노조법 제2조는 제87호 협약에 저촉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도 작년 11월 발표한 공익위원 권고안에서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위한 노조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노조 설립 신고 제도에 관한 노조법과 시행령 조항도 쟁점이다. 자유로운 노조 설립과 가입을 규정한 제87호 협약과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일방적 판단으로 합법적 노조 지위 자체를 상실하게 할 수 있는 법외노조 통보 제도가 문제로 지적된다. 노사관계 개선위 공익위원 안은 법외노조 통보 조항의 삭제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합법화 여부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전교조는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2013년 법외노조 통보를 받아 합법적 노조 지위를 잃은 상태다.

공무원 노조의 가입 범위를 직급과 직무에 따라 제한하는 공무원노조법도 제87호 협약과 상충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노사관계 개선위 공익위원 안은 제87호 협약 기준에 맞춰 일반직과 별정직 공무원의 직급 제한을 삭제하고 노조 가입이 허용되는 특정직 공무원에 소방공무원도 포함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ILO 핵심협약 제98호는 단결권과 단체교섭에 관한 것으로, 단결권을 행사 중인 노동자 보호, 반(反)노조 차별 행위로부터 노동자 보호, 노사단체의 상호 불간섭, 자율적 단체교섭 장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를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21개국이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과 이를 요구하는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노조법 조항은 제87호와 제98호 협약에 저촉할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협약은 처벌의 위협에 따른 모든 형태의 비자발적인 노동을 금지한다. 다만, 의무병역법에 따른 순수한 군사적 성격의 작업은 예외로 인정된다. 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9개국이다.

제29호 협약과 상충한다는 지적을 받는 국내 제도는 사회복무요원을 포함한 보충역(대체복무) 제도다. 그러나 보충역 제도는 이 협약에 전적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재갑 장관은 제29호 협약에 관해 "경제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보충역 제도가) 협약 금지 사항에 해당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체복무를 하게 된 사람이 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보충역 판정을 받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현역병으로 갈 수 있는 선택권을 주면 협약을 충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정부가 비준 대상에서 제외한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105호 협약은 정치적 견해 표명에 대한 제재, 경제 개발을 위한 노동 동원, 노동 규율 수단, 파업 참가자 제재, 인종·사회·민족·종교에 따른 차별 수단 등에 해당하는 강제노동을 금지한다.

이 협약의 비준 문제는 국내 형벌 체계 등을 고려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 장관은 "(제105호 협약을 비준하려면) 우리나라 법제의 징역형을 금고형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전체 형벌 체계를 개편하는 문제와 맞물려 지금은 비준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보안법도 이 협약과 상충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부가 제105호 협약을 비준 대상으로 제외한 이유로 '분단국가 상황'을 거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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