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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창문 열면 파헤쳐진 '묘지들'…도심 속 갈등

입력 2019-05-13 21:33 수정 2019-05-14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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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3일) 밀착카메라는 도심 속 공동묘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창문을 열면 파헤쳐진 묘지들이 보이는 집이 있는가 하면, 아파트 한 가운데 있는 공동묘지로 갈등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 왕길동의 한 야산입니다.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있고 한편으로는 길이 나있는데요.

왼편에 보시면 오래된 이동식 공중 화장실이 있고, 바닥에는 플래카드 같은 쓰레기들이 널려있습니다.

그런데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와보시면 묘비랑 쓰레기가 한 데 엉켜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곳은 10년 전 폐쇄 명령이 내려진 공동묘지 자리입니다.

잘려진 나무와 흙더미가 아무렇게나 쌓여있습니다.

관이 놓였던 자리는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교회 재단이 소유한 이 공동묘지는 1971년부터 운영돼왔습니다.

그런데 허가된 면적을 초과해 조성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청으로부터 이전 명령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자  2007년에는 아예 폐쇄됐습니다.

여기 쌓여있는 것들이 묘비석으로 쓰였던 것들입니다.

일반 쓰레기로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빨간색으로 건축 폐기물 표시를 따로 해놓은 것인데요.

그런데 왼편에는 아직 이전하지 않은 묘가 그대로 있습니다.

그리고 이쪽으로 와보시면 바로 앞에 아파트 단지에서 내건 플래카드가 걸려있습니다.

행정처분이 내려진 지 10년이 넘었지만, 1900여기의 묘지 중 320여기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불법으로 확장한 곳만 문제라면서, 일부 소유주들이 옮기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용자 : 폐쇄 이전 명령을? 근데 그게 부분적인 거지 애당초 분양받은 사람들은 그게 아니죠.]

보상 문제때문에 나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장업체 관계자 : 모든 절차를 저희 비용으로 다 해드리거든요, 화장까지 다 해서 납골당 안치까지. (그런데) 안나가겠다, 800만원, 1500만원씩 줘라.]

10년 넘게 이전이 지체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큽니다.

[김예주/인천 서구 왕길동 : 펜스 같은 거를 쳐서 좀 가려줬으면 어쨌든 무덤이잖아요. 애들도 왔다 갔다 하는데.음산해서 밤에는 걸어다니기가 무섭긴 해요.]

직선거리 200m 앞에 있는 아파트의 경우, 집 안에서 묘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묘지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아파트 16층입니다.

베란다로 들어오면 창문으로 묘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데요.

보시다시피 버스정류장도 붙어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옆길을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건너편에는 이렇게 아파트 단지랑 초등학교도 붙어있습니다.

[거주민 : 저녁에 좀 번쩍번쩍하죠? 차 불빛에 다 보여요, 밤에. 흉악하죠.]

관할 구청에서는 강제 이전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인천 서구청 : 묘지가 아무래도 특수성이 있어서 함부로…연고자분들도 계신데…]

경기 화성시와 수원시 경계에 있는 공동묘지입니다.

아파트 단지가 3500여기의 묘지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곽상민/경기 화성시 기안동 : 공동묘지가 좀 오래되다 보니까 처음에는 여기 입주하는 사람들도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냥 익숙해져서…]

여전히 부정적인 주민들이 많습니다.

[경비 : 진정서 한 부씩 다 받아가지고 한 번 했나. 공동묘지 산소가 있으니까 안 좋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쓴 거야. 그러고 나서 소식이 없으니까…]

해당 묘지 자리는 10년 전 도시계획에서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었습니다.

[주민 : 묘지가 이사하고 공원이 생긴다 얘기 들었으니까 근데 들어와서 한 12년 살았지만 그거에 대한 얘기는 없어요.]

실제 일부 도심 공동묘지들은 공원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남아있는 유일한 공동묘지인 망우리 묘지공원입니다.

[김상금 이나옥/경기 구리시 교문동 : 올라오는데 주변에 묘지들이 많아서 너무 놀라웠어요. (그런데) 산책로도잘되어 있고 그래서 자주 와요. 이 동네 사람들은 너무 좋아해 여기를.]

묘지 바로 옆에는 이렇게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습니다.

묘지와 공원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장묘문화도 빠르게 변하는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입니다.

(영상취재 : 박상현/인턴기자 : 윤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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