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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션] 산불 '도화선' 된 전봇대…직접 올라가보니

입력 2019-05-01 20:22 수정 2019-05-02 21:28

수십 년 묵은 전선에 새집까지…또 다른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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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묵은 전선에 새집까지…또 다른 '불씨'


[앵커]

최근 강원도 고성을 덮친 대형 산불은 전봇대의 전선 하나가 끊어지며 일어났습니다. 그 뒤로 "도심에도 위험한 곳이 많다", "언제든 큰 불이 날 수 있다" 이런 제보가 저희 취재진에게 잇달아 들어왔습니다. 

도심 곳곳에 널린 전선이 화재에 얼마나 취약한지, '뉴스 미션' 서효정 기자가 전봇대 위로 올라가 봤습니다.

[기자]

축구장 700개 면적 태운 산불
사망 1명 이재민 1200여 명

당·정·청, 총 1853억 투입 

원인은 '전선 끊어짐'
"진심으로 사죄" - 한전

현실은?

제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이 고성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과 같은 종류의 부품입니다.

이렇게 두 전선을 연결해 놓은 부분이나 오래된 전선들은 화재 위험이 더 높은데요.

제가 서 있는 이 도로를 따라 전봇대와 전선이 쭉 설치돼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상태일지, 과연 안전할지 뉴스미션이 올라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전문가와 함께 가까이서 본 전선은 심각했습니다.

전기가 빠져 나가는 것을 막는 테이프가 군데군데 뜯겨 나갔습니다.

만지면 부서질 수 있을 정도로 낡았습니다.

어떤 전선은 아예 휘어져 버렸습니다.

[테이프마저 삭아서 제 역할을 못합니다. 수분이 침투하면 전선이 삭아서 끊어질 수도 있고.]

알루미늄으로 만든 고압선은 작은 이물질도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전선을 감싸는 고무 부품 속으로 새까지 드나들고 있습니다.

[(저 안에 둥지가 있을 수도 있대요.) 있어요, 100% 있어요.]

취재진은 더 심각한 곳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충북 옥천군을 찾아갔습니다.

전선 가까이 가보니 누전을 막는 덮개의 가장자리는 다 해졌고, 찢어진 부분도 보입니다.

이 두 전선을 이어놓은 부위입니다.

절연 커버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비바람에 휩쓸려서 벗겨져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 안이 훤히 드러나 있습니다.

커버가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살펴봤더니 1990년도라고 써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9년 전입니다.

[('언제 한 번씩 교체해야 한다' 이런 기준이 있어요?) 사고 나거나 하나 깨진다거나 하면…]

오래된 부품은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정열/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 대전지부장 : 다 오늘 수거한 겁니다. 30년이 넘은 게 과연 정확하게 벼락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전선을 지탱하는 전봇대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전봇대는 한 눈에 봐도 심하게 금이 가 있었습니다.

제가 전봇대 아래쪽부터 위까지 훑으면서 올라왔는데 올라올수록 균열의 정도가 심각합니다.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벌어져 있는 것은 물론, 자를 안에 넣어봤는데 콘크리트 조각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리는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녹이 슨 철근도 안에 훤히 드러나 있는데요.

이 위로는 전봇대에 2만2900볼트의 고압 전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안전과 관련한 한전의 예산이 줄면서 해마다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예전엔 (정기) 점검해서 갈았었는데 몇 년 전부터인가 하지 않아요. 불량이 났는지 안 났는지 저희도 잘 모르죠.]

한전은 자체적으로 점검을 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전기 문제로 발생한 화재가 1만건이 넘습니다.

강원도 산불 때도 작은 불씨 하나에 축구장 700개가 넘는 숲이 사라졌습니다.

오래된 전봇대와 뒤엉키고 낡은 전선들을 그대로 방치하면 불은 언제든 또 날 수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곽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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