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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라이브] '진주 참극' 뒤 기구한 사연들, 남겨진 과제들

입력 2019-04-23 17:18

절친의 동생 손에 가족 잃은 가장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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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의 동생 손에 가족 잃은 가장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 '구멍'

 

불을 피하는 길목에 살인범이 서있었습니다. 안인득은 지난 17일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이웃에게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5명 사망 15명 부상. 새벽 시간 이웃집 문을 두드리며 대피를 돕던 금모 씨는 딸과 어머니를 잃었고, 아내마저 중상을 당했습니다. "불이 난 줄로만 알았지. 밑에 짐승이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빠로서,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그는 미안함에 울고 또 울었습니다.

기구한 사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금씨는 살인범 안씨의 친형과 죽마고우였습니다. 10대 때부터 우정을 쌓아온 두 친구는 사건이 발생하기 며칠 전만해도 조현병이 심해진 안씨를 어떻게 할 지 같이 걱정했다고 합니다. 안씨의 형은 며칠 전 용돈을 줬던 절친의 딸이 자신의 동생 손에 무참히 살해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앞으로 친구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몰라 고개를 떨궜습니다.

안씨의 형은 사건 직후 JTBC와 인터뷰를 강하게 원했습니다. 처음 제보를 받은 배양진 기자는 지난 19일 소셜라이브에 출연해 취재 과정을 자세히 풀어놨습니다. 안씨의 형이 인터뷰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안씨의 가족들은 참극이 벌어지기 2주 전 난동을 부린 안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현행법상 환자 본인이 거부하면 사실상 입원을 강제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결정권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경우 본인의 상태를 스스로 인정하고 입원을 원할 리 없다는 겁니다. 가족의 동의와 전문의 판단을 받아 입원시킬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어떻게든 의사 앞에 환자를 데리고 가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한편에선 이번 사건으로 조현병 환자에 대한 지나친 낙인찍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배 기자도 모든 정신질환자가 위험한 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다수의 조현병 환자는 꾸준한 약물 치료로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2017년 대검 범죄분석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136%로 같은 기간 일반인 범죄율 3.93%보다도 낮습니다.

조현병 자체보다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의 문제. 이번 진주 참극은 일부 위험한 정신질환자를 격리·관리하는 사회 시스템을 다듬어야 한다는 과제와 경고를 남겼습니다.

※영상에는 배승주·조소희·배양진 기자가 진주 방화·살인 사건의 구조적 문제와 피의자 안인득의 '의외의 과거'를 짚어본 소셜라이브 하이라이트가 담겨 있습니다.

(제작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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