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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벌레 이어 기형 물고기까지…한강 생태계 '위험 신호'

입력 2019-04-16 09:36 수정 2019-04-1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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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한강 하구에서 포착되고 있는 물고기들의 모습 심상치가 않습니다. 등이 굽고 색이 변하고 이런 기형물고기들이 출몰하고 있는 건데요. 이 물고기들이 보내는 신호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밀착카메라로 이선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강 가양대교 인근입니다.

봄철 성어기를 맞아서 조업이 활발하게 이뤄질 시기인데요.

행주 어민들이 이른 아침에 잡아온 물고기가 여기 이렇게 통에 있습니다.

숭어 한마리 먼저 꺼내서 보시겠습니다.

등이 한눈에 봐도 굽어있고요, 뒤쪽에 보면 버짐 증상까지 있습니다.

색이 검게 변한 잉어도 있습니다.

[심화식/한강 살리기 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장 : 피부 색깔이 이렇게 검게 나올 수가 없거든요? (원래는 무슨 색이에요?) 누르스름한 색이죠.]

한쪽 눈알이 튀어나오거나 아가미가 벌어진 물고기도 나옵니다.

어민들에 따르면 최근 이런 기형 물고기가 10마리 중 1~2마리 꼴로 잡힙니다. 

[박찬수/어민 : 너무 심하다 보니까 어민들이 참다 참다 참지 못하고. 솔직히 잡는 어부지만 정나미가 떨어지죠. 그런 고기를 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직접 배를 타고 나가봤습니다.

어민들이 주로 물고기를 잡는 한강 하구입니다.

미리 쳐놓은 그물을 끌어올려봤습니다.

총 4마리가 잡혔는데요.

그중에 가운데 있는 2마리가 기형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등이 완전히 굽어있고 몸통 곳곳은 빨갛게 색깔이 변했습니다.

어민들은 인근 물 재생센터를 원인으로 꼽습니다.

그곳에서 재생한 물이 오히려 수질을 오염시킨다는 것입니다.

[박찬수/어민 : 나쁜 물을 버리니까 이런 현상이 나왔다 생각하는 거죠. 석유 냄새하고 화장품 냄새가 굉장히 심했어요. 하류는 그냥 똥물이라고 보면 됩니다.]

생활 하수로 인한 오염 의혹은 최근 민간 조사에서도 나타납니다.

지난해 인하대 산학협력단이 내놓은 보고서입니다.

한강 하구에서 잡은 붕어에서 '머스크 케톤'이라는 화학성분이 검출됐습니다.

한강 상류에서 잡은 붕어에서는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머스크 케톤은 화장품이나 향수에 주로 사용됩니다.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합성 화합물질로, 유럽에서는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서울시 측은 해당 물질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물재생센터 관계자 : 현재로서는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고. (머스크 케톤 관련) 그런 기준도 없습니다.]

봄마다 찾아오는 끈벌레도 여전합니다.

한강에서 어업이 가능한 구역인 행주대교와 김포대교 사이에 나와있습니다.

2.5km 정도 되는 구간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실뱀장어 조업을 위한 그물이 쳐져있습니다.

그런데 어민들에 따르면 이곳에서만 끈벌레가 출몰한다고 합니다.

바닷속 유해 생물로 알려진 끈벌레가 한강 하류에서 많이 발견되기 시작한 건 약 6년 전 부터입니다.

[김범철/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 : 수질이 오염되고 하면 특정 생물들이 많이 늘어나는 현상이 생겨요. 내성이 강한 생물만 남으면 그런 종이 늘어나는 거죠.]

끈벌레 진액의 경우 물고기 아가미를 막는 등 생태계를 교란합니다.

실제 실뱀장어 수확철인데도 어민 절반 가량은 손을 놓고 있는 상황.

[박찬수/어민 : (조업) 중단은 허구한 날 했죠. 4월에 잡히는 건 전량 폐사라고 봐야 돼요. 끈벌레로 인해서.]

서울시 측은 끈벌레의 경우 기후 변화로 인해 자연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유해성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물재생센터 관계자 : 범국가 차원에서 이것이 현황이 어떻고 유해성이 얼마다, 그렇기 때문에 기준을 정해서…서울시뿐 아니라 정부에서 해야 할 사항이거든요.]

매년 봄이면 끈벌레가 나타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기형 물고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곧 여름철 녹조도 이어질 텐데요.

앓고 있는 한강 생태계가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는 아닐까요. 

(화면제공 : 행주어촌계)
(인턴기자 : 윤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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