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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더 극심한 형은 없느냐"

입력 2019-03-26 21:42 수정 2019-03-2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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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당신이 대일본제국 법정에서 이 말을 한다면, 사형은 면하게 해주겠네"

일본의 판사들은 끊임없이 그를 회유하고자 했습니다.

하얼빈 역에서 붙잡힌 청년 안중근.

판사들이 원한 대답은 이것이었습니다.

"내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은 그의 정책을 오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그를 살해함에 있어서 실로 목적이 있거늘, 어찌 정책을 오인하였다 하겠는가?"

"나는 처음부터 무죄요. 무죄인 나에게 감형을 운운하는 것은 치욕이다"

그래서 그는 항소도, 감형 요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가 공정한가의 여부를 떠나서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떳떳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안중근 (1879년 9월 2일 ~ 1910년 3월 26일)

오늘은 청년 안중근이 순국한 지 딱 109년이 되는 날입니다.

한편,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재판 또한 본격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닌…

가해국의 전범 기업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고자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

"법관이 얼마나 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깊은 고뇌와 번뇌를 거치는지에 대해 검찰은 전혀 이해가 없는 듯합니다"
- 양승태 / 전 대법원장

그러나 재판정에 선 그는 풍부한 법 지식과 날카로운 논리를 이용해서 맹렬히 검찰을 몰아붙였습니다.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말들 속엔 '정의'와 '진실'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들어갔다…"
"흔히 쓰는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는 말은 없었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씌운 굴레를 벗겠다는 선전포고였다"
- 2019년 3월 25일, 경향신문 이혜리 기자

재판정을 지켜본 기자는 그렇게 기록했습니다.

사실, 그 만큼 법에 해박한 사람은 드물 터이니 변호사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자신감은 넘쳤을 것입니다.

그는 과연 정의와 진실을 밝혀서 억울한 굴레를 벗어던지게 될까…

다시 청년 안중근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지요.

지극히 공정하지 못했던 가해국의 편파적인 재판과 사형판결.

그러나 자신에게 떳떳했으며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었던 그는 지극히 공정하지 않았을 판결을 받아들였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

사형을 언도받은 망국의 청년은 오히려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더 극심한 형은 없느냐"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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