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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숙명여고 사건' 교무부장 운명 가를 동료들의 엇갈린 증언

입력 2019-03-2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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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숙명여고 사건' 교무부장 운명 가를 동료들의 엇갈린 증언

[취재설명서] '숙명여고 사건' 교무부장 운명 가를 동료들의 엇갈린 증언


75일간의 수사로 세상을 들썩이게 한 이른바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 "쌍둥이 자매의 성적이 급격히 올랐는데 아버지가 교무부장"이라며 답안 유출 의혹이 일었습니다. 경찰의 전방위 수사에 교육계와 학부모들까지 전국에서 후폭풍이 거셌죠. 지난해 11월 교무부장 현모씨가 재판에 넘겨지고, 쌍둥이 자매는 퇴학 처분을 받으며 일단락 됐습니다.

세간의 관심은 그들에게서 멀어졌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도 100㎡(약 30평) 법정에서 검찰과 현씨의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동료 교사들 엇갈린 증언에 희비 교차

"너무 놀랍네요. 저 부분만 저장했다고요?"
지난 12일 현씨 재판에 나온 영어 교사 A씨가 법정 한 쪽의 스크린에 비춰진 사진을 보고 짧은 탄식과 함께 내뱉은 말입니다.

같은 장면에서 피고인석의 교무부장 현씨와 변호인 얼굴이 굳습니다.

검찰이 공개한 건 쌍둥이 자매가 치른 영어 시험 문제 중 서술형 답 하나.
압수한 자매 중 한 명의 스마트폰에 남아있던 정답 부분이었습니다.

그 동안 현씨와 쌍둥이 자매는
"해당 문장이 어려워 공부하기 위해 저장해 둔 것",
"보통 주어는 미리 주어지기 때문에 (문제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은) 동사부터만 저장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다른 주어 뒤에도 결합이 가능한지 알아봤다"
고 주장해왔습니다.
다시 말해 시험범위 안의 내용이고, 출제 경향을 분석해 공부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문제를 출제한 A교사는 날카로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시험 범위에 500개가 넘는 문장이 있었다"
"그중 이 문장만 저장해 둔 게 너무 놀랍다"
"문장 전체를 적은 게 아니라 동사 이후 부분만 저장해 놨다는 건 이상하다"
는 것이었습니다.
범위가 넓어 정확히 출제 예상 문제를 고르기도 어렵고, 정답 부분만 저장해둔 것도 이상하다는 겁니다. 그의 증언은 정답 유출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까지 보였습니다.

물리 문제 역시 현씨의 동료 교사가 수상한 구석을 지적합니다.
풀이 과정 없이 답만 간단히 적힌 부분이 많은 시험지를 본 그는
"불가능 한 건 아니지만 보통 실수가 많이 나와 이렇게 암산을 하진 않는다"
고 말했습니다.
이 날 재판은 정의의 저울이 검찰 쪽으로 기운 듯한 상태서 마무리됐습니다.

일주일 뒤 열린 4차 재판. 현씨 측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동료였던 체육 교사 C씨의 진술을 통해서입니다.

검찰은 그동안 시험지의 가장 앞면에 작은 글씨로 적힌 숫자들을 증거로 내세웠습니다.
미리 외워둔 객관식 답들이란 겁니다. 가장 앞에 적은 건 시험지 배부와 동시에 적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현씨 측은 체육 시험지 맨 앞에 적힌 숫자들 중 틀린 답도 있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미리 외워둔 것이 아니란 점을 부각시키려 했던 걸로 보입니다.

현씨 측의 말처럼 문제를 출제한 체육 교사 C씨도 "틀린 답이 있다면 이상하네요"라며 검찰 측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트렸습니다.

현씨 변호인은 또 시험지의 뒷장에도 작은 글씨로 객관식 답이 적힌 부분을 공개하며,
두 번씩 같은 일을 반복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역시 C씨는 "뒤에 또 적은걸 보면 외운 답을 쓴 건 아닌 것 같다"며 현씨 측 주장에 무게를 실어 줬습니다.

 
[취재설명서] '숙명여고 사건' 교무부장 운명 가를 동료들의 엇갈린 증언


■ 직접 증거 없는 수사…'작은 학교 된 법정'

현씨 재판이 동료 교사들의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나고 있는 건 왜일까요.
검찰이 기소한 현씨의 핵심 혐의는 '금고 안에 있던 답안을 유출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직접 증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현씨와 쌍둥이 자매에게서 확보한 증거는 편린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검찰은 수사를 하면서 그 증거들 사이를 연결해 줄 정황 증거로 동료 교사들의 진술을 택한 겁니다. 재판에서도 현씨의 유무죄를 가를 중요한 요소입니다.

교사들의 증언에 의존한 재판이 되다보니 문제 유출이라는 큰 줄기와 연결되기 어려운 증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답안지를 유출 할 사람이 아니다'라거나, '다른 교사들이 4시 반이면 퇴근하는데 이상하게 오래 남아 있더라' 등 각자의 기억을 풀어내는 것이죠.
엉뚱하게도 현씨의 학교생활과 숙명여고의 교사들의 생활이 법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제 현씨 재판은 몇 차례 남지 않았습니다. 다음 달 23일에는 소년보호사건으로 비공개 재판을 받고 있는 쌍둥이 자매도 현씨 법정에 섭니다. 현씨 측은 '딸들이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거부했지만, 검찰은 사건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질문을 하고 답을 들어야겠다는 입장입니다. 곧 마무리될 1심 재판의 결론이 무엇이든 끝까지 잘 지켜보고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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