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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션] 검경의 '대충 수사'…11개월 '억울한 옥살이'

입력 2019-03-20 21:04 수정 2019-03-2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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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1년 가까이 감옥살이까지 한 사람이 있습니다. 전남 곡성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진짜 범인은 2심 재판 중에 증인으로 나온 피해자의 고백을 통해서야 밝혀졌습니다.

시청자들이 보내주신 제보를 직접 확인하는 뉴스 미션, 오늘(20일)은 김민관 기자가 곡성에서 벌어진 사건의 이면을 추적했습니다.

[기자]

제가 손에 들고 있는 게 당시 수사 기록입니다. 

경찰이 기록한 범행 시간과 장소가 이곳에 적혀있는데요.

수사 기록에 담긴 곳들을 저희가 직접 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경찰이 첫 범행 장소로 지목한 곳은 피해자의 집 안입니다.

2015년 봄, 같은 건물에 사는 50대 남성 A씨가 문을 열고 들어와 성폭행을 했다는 것입니다.

범행 시간은 피해자가 혼자 있던 오후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직장이 있던 A씨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습니다.

출퇴근 기록 등에 그 날의 행적이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A씨가 근무했던 휴게소에 도착을 했습니다.

곳곳에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고, 톨게이트까지 지나야했습니다.

하지만 수사 기관은 이곳을 한 번도 찾지 않았습니다.

[휴게소 관계자 : (오지도 않았어요?) 왔으면 알았겠죠…(CCTV가) 거의 두 달분, 한 달분 이상 저장이 돼 있으니까…확인이 됐겠죠.]

두 번째 범행 장소로 지목된 곳은 근처 모텔입니다.

검찰의 공소장엔 2015년 여름, A씨가 피해자를 강제로 차에 태워 모텔로 데려와 성폭행을 했다고 나옵니다.

이 곳이 피해자가 차에 태워졌다고 지목한 장소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주변에는 CCTV가 있고, 바로 옆에 큰 교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곳 역시 수사선상에서 빠져 있었다고 합니다.

[교회 관계자 : 치매 할머니가 실종돼 가지고 경찰이 와서 한 번 (CCTV를) 본 적이 있었고 그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죠.]

차에서 내린 장소에도 CCTV가 있었지만 역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A씨는 2016년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진실은 2심에서 밝혀졌습니다.

지체 장애 2급인 피해자가 재판에 나와 고모부가 진범이라고 말한 겁니다.

경찰은 재수사에 나섰고, 고모부는 뒤늦게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A씨는 무죄 판단을 받고 11개월 만에 감옥에서 풀려났지만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A씨 가족 : 제대로 잠도 못 주무시고 자다가 소리 지르시고, 시계를 아무것도 못 차요. 시곗줄 느낌이 줄을 이렇게 (손목을) 꽉 묶는대요. 포승줄을…]

취재진은 당시 수사 관계자들의 입장을 물었습니다.

경찰은 오히려 A씨의 태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박송희/전남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장 : 본인이 직접 하이패스 기록을 가지고 나는 항상 바깥에 나가 있는 사람이다. (A씨가) 그렇게 주장하는 내용 자체가 없었다니까요.]

사건을 지휘한 당시 검사는 "진상을 규명하지 못해 안타깝다"면서도 수사 과정엔 큰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시간, 당사자와 가족의 삶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지금 이 시각, 수사 기관에서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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