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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편의점 옆에 또 '편의점'…저버린 약속

입력 2019-03-20 21:42 수정 2019-03-2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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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전국 편의점 수가 4만 개를 넘어서면서, 대형 편의점 본사들은 올 초부터 '근접 출점'을 자제하자고 약속했습니다. 이른바 자율규약을 맺은 것이죠. 과연 달라졌을까요. 밀착카메라가 여전한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출점을 당장 중단하라. 자율규약 거짓말이었나'

얼마 전까지 이 편의점 앞에 붙어있던 문구입니다.

길 건너 새로운 편의점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내용인데요.

편의점 업계는 올해부터 새로 점포를 낼 때, 기존 점포와의 거리를 제한하는 이른바 '자율규약'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갈등은 여전합니다.

인근에 새 편의점이 들어선 것은 지난달 말입니다.

[기존 점주 : 70m? 72, 73(m) 그 정도 될 거예요. 생존권에 위협이 되죠.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니까요. 700m도 아니고 70m잖아요.]

서울의 경우, 출점 제한 기준이 50m에서 100m로 늘어난 것은 이달부터입니다.

지난달 문을 연 점포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50m로 제한되는 지역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편의점주 : 몇 개 회사가 협약을 한 거 아니에요 '하지 말자' 이렇게. 실상적으론 안 지키고 있다는 말이지.]

안산의 한 주택가 편의점입니다.

같은 브랜드 편의점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제 걸음으로 1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90m 거리에 같은 편의점 2개가 있는 상황.

다른 브랜드까지 합치면 인근 편의점은 4곳입니다.

그런데도 최근 또 다른 업체가 추가 입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근 편의점주 : 다른 메이커 편의점 개발 담당자가 왔죠. '어차피 누가 들어와도 들어올 수 있으니까 사장님이 하세요' 하고…]

[본사 담당자 : 어차피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 같아서 먼저 '직접 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을 드렸어요.]

입점 갈등을 피하기 위한 편법도 등장합니다.

다음 주에 문을 열 예정인 인천의 한 편의점입니다.

내부 공사가 한창인데요.

위쪽을 보니 편의점이 아닌 '전자담배' 간판이 붙어 있습니다.

원래 전자담배 가게로 영업하던 곳은 아닙니다.

[인근 상인 : (전자담배 가게가 원래 있었어요?) 이불가게였어요. 전자담배 들어오는 줄 알았어요. '편의점으로 오네' 그래서 보니까…]

해당 점포는 지난주에 담배 판매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인천 서구청 관계자 : 상호가 '전자담배'로 신청하시고, 지정을 받으셨고요. 추후에 편의점 하시겠다는 걸 저희가 예측해서 지정해 드릴 수는 없는 거잖아요.]

허가를 받자, 업종을 편의점으로 바꾼 것입니다.

가까운 거리에 경쟁 점포가 생기는 것을 뒤늦게 안 점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

[인근 점주 : 육안으로 봐도 한 30m밖에 더 되겠어요, 그렇죠? 일단 담배권이 나와야 편의점으로 오픈을 할 수 있는 거니까 꼼수죠.]

해당 편의점 본사 측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본사 담당자 : 담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렇게 하는 거고요. 저희뿐만 아니라 모든 데가 다 그렇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죠. 특이한 케이스가 아닐 거라 생각이 듭니다.]

편의점 본사들이 모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입니다.

신규 출점을 둘러싼 갈등을 조정하는 기구입니다.

하지만 자율규약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 : 이제 시행한 지 두 달 남짓 지났는데 지금 뭐라고 할 상황은 아니고…]

편의점 본사들끼리 맺은 자율규약 자체가 '꼼수'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편의점주 : 위반이라고 해도 말 그대로 '자율규약'이라 어쩔 수 없다는 게 답변이에요. 법적인 규제는 없지만, 무언의 약속이잖아요.]

편의점 10곳이 문을 열 때마다 7곳 넘게 폐업합니다.

실효성 없는 '자율규약'이 오히려 편의점 본사에게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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