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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독립유공자 생가' 찾아가보니…신축건물 들어서기도

입력 2019-03-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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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1운동이 일어나고 100주년이 된 올해 독립운동가들, 다시한번 조명이 되고 있죠. 오늘(20일) 밀착카메라는 방치된 독립유공자들의 생가들을 찾아가봤습니다. 사적지로 등록이 돼 있는 곳들인데,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이곳은 최초의 여성의병장이었던 윤희순 선생의 생가가 있는 곳입니다.

들어가는 길목에는 유적지 안내도가 있고요.

보시다시피 옛 집터라고 표시가 되어 있는데 생가의 모습은 어떨지 안쪽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ㅁ'자 모양이었던 집은 현재 2곳으로 분리돼 있습니다.

안가가 있던 자리에는 현대식 집이 들어섰습니다.

현재 윤희순 선생의 후손이 살고 있습니다.

마구간과 함께 남아 있는 사랑채는 기존 초가집을 보수한 상태.

윤희순 선생이 생활했던 2칸짜리 사랑채입니다.

이곳에서 직접 쓴 자료랑 그리고 각종 옷가지들이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지금은 문을 열어서 안쪽을 보시면 포대가 쌓여 있고 장화랑 빈 상자들이 널브러져 있어서 창고처럼 쓰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해마다 봄이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유희문/윤희순 선생 고손자 : 다 와서 그래요. '아 이게 생가냐' 그럼 제 입장에서도 집 안에서 같이 살고 그랬는데도 괜히 또 미안하고 창피하고.]

100년 전 3월 18일 진주에서 만세운동을 지휘했던 김재화 선생의 집터입니다.

보시다시피 아무런 표시가 없어서 마을의 여느 집들과 다를 바가 없는데요.

이곳은 진주에 남아있는 유일한 독립유공자의 생가이기도 합니다.

진주만세운동을 처음 논의한 장소도 이 곳입니다.

지금은 김재화 선생과 관련 없는 마을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강우달/김재화 선생 생가 현 거주인 : 이 동네 사람들이 살다 가고. (김재화 선생 집인지는) 몰랐지. 비 세울 때 알았지.]

마을회관 앞에 세워진 작은 기념비만이 항일운동 유적지임을 짐작케 합니다.

[경남 진주시 관계자 : 예산이나 그런 부분도 있으니까 지정문화재로 등록이 돼야 집행이 가능하니까요. 아니면 동이나 이런 차원에서 주변 정리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수원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차병혁 선생의 집입니다.

이렇게 문앞에는 독립유공자의 집이라고 쓰여진 명패가 눈에 띄는데요.

이 안쪽으로 들어가보시면, 입구부터 각종 집기와 쓰레기들이 널려있습니다.

여기는 이렇게 페트병과 목장갑도 볼 수 있는데요.

지붕으로 쓰였던 자재들은 이렇게 낡아서 바닥에 떨어져있습니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데다가 따로 관리하는 사람도 없다보니 폐가처럼 변한 것입니다.

[경기도 문화유산정책팀 관계자 : 그때 당시 터였다는 것만 입증될 뿐이지. 그때 건물을 재현해 낼 정도의 실태조사는 안 되고요.]

경기도 화성에서 독립운동을 벌였던 이순모 선생의 생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아무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아예 사라진 곳도 있습니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한 5층짜리 건물.

지난해까지 독립선언문을 한글로 풀었던 이희승 박사의 생가가 있던 자리입니다.

[임대섭/이희승 박사 집터 현 거주인 : 저도 여기가 생가인지는 모르고 들어왔어요. 짓고 나니까 나중에 옆에 분들이 여기가 이희승 박사님 생가다.]

지금은 신축빌라를 분양한다는 현수막만 휘날리고 있습니다.

[최진영/경기 의왕시 포일동 :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여기가 생가였어요.) 아 그래요? 건물은 본 기억이 있어요.]

전국 134곳의 독립운동가 사적지 중 국가보훈처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곳은 45곳뿐입니다.

현충 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빈집인 상태로 형태가 잘 보존돼야 하고, 소유권자가 보훈처에 직접 신청해야 합니다.

정부가 기존 독립운동가 사적지에 대해 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항일운동은 특별한 곳에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바로 선조들이 앉았던 이 자리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그 정신이 이곳에 서려 있다면, 제대로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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