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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아로니아, 농가 골칫거리로…'슈퍼푸드의 몰락'

입력 2019-03-18 21:47 수정 2019-03-18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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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 '왕의 열매'로 불리던 슈퍼푸드 '아로니아'가 최근 처치 곤란할 정도로 공급이 너무 많아지면서 가격이 크게 내려갔습니다. 인기를 끌다 보니 생산 농가도 늘고 수입량까지 늘어서 냉동창고에 쌓여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제가 나와 있는 곳은 충남 서천의 한 아로니아 농원입니다.

슈퍼푸드로 각광받던 아로니아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이렇게 농원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모습인데요.

가지치기가 돼 있지 않아서 지나다니기도 좀 불편한 상황이고 바닥을 보면 수확하지 않은 아로니아 열매들이 그대로 있는 경우들도 상당히 많고요.

나무에도 수확하지 않은 아로니아 열매가 말라 비틀어진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최향숙/아로니아 농가 : 포기했어요. 아로니아 이따 보면 알겠지만, 냉동실에 장난 아니게 쌓여 있어요. 이거 올해 또 수확해서 뭘 하겠어.]

최 씨는 지난해 15t을 수확했지만 거의 팔지 못해 창고에 그대로 쌓아 뒀습니다.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나뭇가지의 절반 이상을 잘라낸 농가도 있습니다.

[구태창/아로니아 농가 : 작년에 6톤 수확을 해서 3톤이 지금 재고로 있고 현재 가지치기 한 상태에서 2.5톤 정도 생산이 예상되거든요.]

국내 아로니아 최대 산지인 전북 정읍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농가마다 자체 창고가 이미 가득 찼고, 마을 공동 냉동고에도 90t 정도가 쌓여 있습니다.

아로니아가 한창 귀한 대접을 받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 10kg 상자 하나가 도매가로 12만 원에 가격이 책정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만 원 밖에 되지 않는데요. 12만 원을 받기 위해서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전부 팔아야 하는 상황인데, 지금은 이마저도 팔리지 않는 상황입니다.

아로니아는 떫은 맛이 강해 생과일보다 액상이나 분말로 가공을 거쳐 판매됩니다.

기계로 대량 생산하는 수입산 분말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2013년 무렵부터 슈퍼푸드로 각광받으며 지자체까지 나서 재배를 장려했습니다.

2017년 국내 생산량은 8500t, 수입량도 8200t에 달합니다.

생산농가와 수입이 함께 늘면서 정작 판로는 그대로였습니다.

[최향숙/아로니아 농가 : 정부에서 이걸 지원해줄 테니까 일도 많지 않고 심으라고 했는데, 심기만 하면 뭐 해요, 판로가 없는데. 그리고 그렇게 수입물량이 들어오는데…]

생활고를 이겨내지 못한 농가들은 아예 재배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이 농장의 경우에도 아로니아 나무들을 전부 잘라낸 상태인데요.

이렇게 정리 수순을 밟을 경우에는 정부에서 평당 2000원을 보상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성동기/아로니아 농가 : 묘목 값부터 퇴비 값에 몇천만 원 투자해서 그냥 지금 철수하는 거야. 농사해서 몇천만 원을 언제 버냐고, 생각도 못하는 돈이지.]

시중에 거래되는 가공품도 대부분 수입품입니다.

공급이 넘쳐나지만 소비자 가격은 많이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상인 : 200g은 1만원이고요. 1kg은 4만원이에요. 아로니아는 거의 안 찾아요. 안 나간 지 한 몇 개월 됐어요.]

국내산을 가공할 경우 이 가격도 맞추기 힘듭니다.

[도매상 : 농민들도 직거래를 하면 마진이 맞을 수도 있는데 벌써 중간 도매상에서 두세 다리를 거쳐버리면 몇 배가 돼서 나와요. 그게 문제라니까…]

지자체나 농가들이 유행에 민감한 건강보조식품 특성을 파악해야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상인 : 슈퍼푸드가 금방금방 유행을 타니까…요즘은 보리순이나 이런 게 나오면 또 소비자들이 TV를 보고 와서 찾아요.]

실제 슈퍼푸드 열풍을 일으켰던 블루베리도 마찬가지.

국내생산량과 수입량이 동시에 늘면서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특정작물의 인기나 농가의 쏠림 현상은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수입량 조절이나 가공·유통에 대한 지원대책 없이 농가들을 방치만 한다면 가격 폭락에 따른 피해는 계속해서 반복될 것입니다.

(인턴기자 : 윤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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