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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쏘는 정치] "왜 피해자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울분'

입력 2019-03-1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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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톡쏘는 정치 강지영입니다. 이른바 안방의 세월호라고 불렸던 가습기 살균제 참사 기억하실 것입니다. 오늘(14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위가 2018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피해가구를 직접 방문해서 심층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조사결과 성인 피해자의 약 66%가 지속되는 만성적 울분 상태를 보였는데요. 살균제 노출 이후 우울·의욕저하가 57.5%, 죄책감·자책이 55.1%, 그리고 불안·긴장이 54.3% 순이었습니다. 특히 자살 생각이 27.6%, 자살 시도가 11.0%였는데 일반 인구보다 각각 1.5배, 4.5배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의 상처가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동현/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 : 우리나라 6·25 사변 이후에 이런 정도의 어마어마한 어떤 환경적 피해, 유해 물질에 의한 건강 피해, 사망 피해가 있었던가. 정부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한 사건이다,라는 인식이 좀 필요할 것 같고요.]

이번에 조사한 100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경제적 피해비용은 적게는 125억 8000만 원, 많게는 539억 8000만으로 추산됐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발표회에 나온 한 피해자는 왜 피해자더러 피해 사실을 입증하라고 하냐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지금 현실은 피해자들이 질환 하나하나를 인정받기 위해서 싸워야 돼요. 저희가 죽을 때까지 이거 가지고 계속 싸워야 되거든요. 이 아픔과 고통과 이 피해에 대해서. 저희가 피해자이면서도 피해 입증을 해야 되는 입장에서 한 10년을 저희가 버티고 지금까지 왔거든요.]

이런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를 제공했던 SK케미칼의 임원 4명이 오늘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이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SK케미칼 임직원 : (유해성 보고 있는데도 조직적으로 은폐하신 겁니까?)…(대표에게도 보고가 된 겁니까?)…(가습기 살균제 알고도 제공하신 건가요?)…(대표의 지시는 있었습니까?)…(피해자들께 한 말씀만 해주시죠.)…]

처음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SK케미칼은 자신들이 제공한 원료가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될 지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증거불충분으로 기소중지됐습니다. 하지만 검찰 재수사 과정에서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 원료가 인체에 유독하다는 실험결과를 확보하고도 은폐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합니다. 2016년 국회 가습기 살균제 관련 국정조사 당시 청문위원들이 유해성 실험 보고서의 존재를 묻는 질문을 했지만 당시 SK케미칼 대표는 보고서가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송기석/당시 국민의당 의원 (2016년 8월 30일) : 서울대 수의과학연구소에 1994년 10월부터 12월까지 이렇게 3개월간 흡입독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고 안전성 확인했다고 했지만 아직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데 왜 그렇지요?]

[김철/당시 SK케미칼 대표 (2016년 8월 30일) :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서울대학교 연구소에 지금 현재 그 문서가 보관되어 있지 않고 또 저희도 그 문서를 보관하고 있지 않아서 저희가 사실은 그것은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저희가 마땅히 내야 되는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최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유해물질 특별관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기업들을 직접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이 인권을 유린하며 저지른 사고의 심각성에 비례해서 처벌받지 않게 될까봐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안방의 세월호라고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철저한 책임규명과 처벌이 뒤따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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