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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빨갱이들에게 죽음을!"

입력 2019-03-13 21:28 수정 2019-03-1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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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빨갱이다… 좌익빨갱이다. 지령받고 역병 옮기러 온 빨갱이다…"
"저 빨갱이 아니에요, 자유주의 남한사람이에요…"
 - 영화│스윙키즈

빨갱이…

그 한마디로 인해 상황은 급반전됩니다.

사람들은 이유도 묻지 않고 빨갱이라 지목된 사람을 향해 돌을 던집니다.

그것은 전쟁의 참상을 겪은 이들의 몸속 깊이 내재된 트라우마 혹은 상대방을 향해 뿜어내는 무조건적인 적대감이었습니다.

역사학자 김득중의 책, '빨갱이의 탄생'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빨갱이'라는 용어는 사형선고와 다름없습니다.

'도덕적으로 파탄난 비인간적 존재, 짐승만도 못한 존재, 국민과 민족을 배신한 존재를 천하게 지칭하는 용어…'

빨강은 우리 현대사 속에서 그렇게 두려움이 되어버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가 대부분인 시대…

남북한 이념경쟁은 이미 답이 내려진 지 오래이고 나아가 아예 그 빨강이 때로는 발랄함의 상징이 되거나 심지어는 보수 야당의 상징색이 되어버린 세상인데…

"종북, 좌파, 주사파, 좌빨"

그 색깔 짙은 단어들은 모습을 바꾸어가며 끈질기게 살아남아 상대방을 밀쳐내고 지지자를 뭉쳐내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빨갱이에게 죽음을"

여러 기록에 따르면 우리 현대사에서 이 단어가 본격 등장한 것은 1947년 4월 27일. 이승만 환영 집회부터였다고 합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색깔을 입히고 증오와 혐오의 돌을 던졌던 비극의 역사.

그 시대를 넘어 도착한 오늘 2019년에도 뭐 그리 더 나아진 것도 없어 보인다 하면 지나친 비관일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사족…

고등학교 시절 사회 선생님은 수업 시작 전에 늘 창문 바깥을 보고 문안 인사를 드렸습니다.

"각하! 만수무강하옵소서…"

창문 바깥은 청와대 쪽이었고, 때는 유신이 발표된 지 2년 후 당시의 대통령은 종신 대통령을 꿈꾸고 있었지요.

우리는 선생님의 문안 인사가 진심이 아니라 비아냥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얘기는 재작년 9월에 바로 이 앵커브리핑에서 해드렸던 얘기였는데 오늘은 여기에 한 줄만 덧붙여 드립니다.

학생들은 그 선생님을 애정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를 '좌파'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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