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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이제는 그 목욕탕에 갈 수 없으리…'

입력 2019-02-20 21:41 수정 2019-02-2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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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제는 가끔씩 굴뚝만 봐도 반가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남아있구나…'

그리고는 이내 그 얼마 안 남은 굴뚝들마저도 사라져 버리곤 하지요.

새벽 일찍, 아니면 모처럼 한가한 일요일. 꼬마들은 아빠들 손을 잡고 가던 곳… 저 역시 그런 꼬마들 가운데 하나였지만… 대개는 가기 싫어 툴툴거리며 따라나서던 곳…

목욕탕입니다.

더러움을 씻어주는 가장 솔직한 곳. 세대를 초월해서 모든 이들에게 목욕탕이란 자욱했던 수증기처럼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추억의 공간입니다.

"반석탕에는 지금도 소용천이 흐릅니다" - 제주문화예술재단

얼마 전 제주시에서 44년 된 목욕탕을 새로 꾸며 전시회를 연 것도… 

또 일본의 예술섬 나오시마에서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해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던 것도… 모두가 다 그런 추억 때문이었겠지요.

그런 친숙함의 정서 때문일까… 목욕탕은 가끔씩 정치의 언어로 부활합니다.

"나는 목욕탕 같은 사람."

"따뜻함을 나눠주는…
목욕탕 같은 ♨
깨끗함을 목표로 살아왔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당 대표 후보

그는 왜 이렇게 말했을까 생각을 해보니… 아마도 자신이 깨끗한 사람이란 것을 바로 목욕탕에 비유해서 설명한 것일 터…

그것은 그저 우연이었을까… 그의 목욕탕론은 또 다른 목욕탕에 대한 기억을 소환했습니다.

"법은 목욕탕… 따뜻한 것…"

그래서 다시 생각하는 목욕탕의 깨끗함과 따뜻함…

그 옛날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새벽녘 문을 열자마자 목욕탕에 가셨는데…

그 이유는 단지 새벽잠이 없어서가 아니라 문 열었을 때의 목욕탕 물이 가장 깨끗하다는 매우 현명하고도 실용적인 판단에서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사람을 탈수록 목욕탕 물은 더러워진다는 사실을 어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정략적 언어로 가득 차 버린 목욕탕 안에는 따뜻하고 깨끗한 물 대신 이미 시민들이 흘려보내 버린 과거의 미지근한 물만이 모욕과 적대의 단어들을 수증기처럼 피어오르게 하는 중입니다.

돌이켜보면 어릴 적 목욕탕은 바나나 우유 하나씩 손에 든 아이들이 모여들던 동네 사랑방…

물론 그 바나나 우유는 목욕탕에 가기 싫다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한 유인책이었지만…

이제는 갈래야 갈 수도 없고 그저 정치인들의 입으로나 들을 수 있는 깨끗하고 따뜻했던 곳, 목욕탕.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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