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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나는 그의 전 부인이 아닙니다'

입력 2019-02-14 21:30 수정 2019-02-1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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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증삼의 어머니는 아들을 신뢰했습니다.

아들 증삼은 공자의 제자였으며 효행이 깊은 사람이었지요.

어느 날 베를 짜고 있던 증삼의 어머니에게 누군가 달려와 말합니다.

"당신의 아들이 사람을 죽였소"

"그럴 리가 없소"
믿지 않았던 어머니.

그러나 뒤이어 두 명의 사람이 거듭 달려와 똑같은 말을 전하자 어머니는 하던 일을 팽개치고 관아로 달려갔습니다.

'증삼살인'의 일화, 그것이 거짓이라 할지라도 여러 사람이 겹쳐서 말하면 어느새 사실이 되어버리고 만다는 두려운 이야기였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회자된 '삼인성호'와 같은 이치로 같은 말을 거듭거듭 세 명이 반복하면 없던 호랑이가 등장하고, 살인자도 만들어진다 했습니다.

더구나 요즘은 3인이 아니라 3백, 3천, 3만 명이 만들고 옮기는 가짜뉴스의 전성시대…

"나는 그의 전 부인이 아닙니다"

얼마 전 한 일간지 기자는 자신의 명예훼손 고소기를 신문 인터넷 판에 올렸습니다.

그가 피해를 입기 시작한 까닭은 한 유명인의 전 부인과 이름이 같다는 그 이유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엔…웃음으로 넘겼다.
어떻게 내가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인물과 결혼한 사이가 됐는지…
그렇게 시작됐다. 나의 명예훼손 고소전은"
- 김지은 / 한국일보 기자 (2018년 6월 21일)

5년 전 누군가 추측성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고,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서 그는 어느 사이 일면식도 없는 유명인의 전 부인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새로운 허위사실들은…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써 붙이고 다니기라도 해야 하는 건가"
- 김지은 / 한국일보 기자 (2018년 6월 21일)

얼마간의 해프닝으로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당황스러운 소문의 상처.

그는 막아도 막아도 돋아나는 소문과의 전쟁을 지금 이 시간에도 벌이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적발된 소위 지라시의 유통과정 또한 그러했습니다.

누군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몇십몇백 단계의 가공을 거쳐가며 퍼져 나갔고 대중의 호기심과 관음증은 이를 퍼뜨리는 동력이 됐습니다.

인터넷도 없고, SNS도 없었으며, 휴대전화는 물론 삐삐도 없던 그 옛날에도 단지 세 사람이 마음을 먹으면 누군가를 살인자로 만들었는데…

카톡이든 유튜브든 널린 게 무기이니 이 정도의 음해야 식은 죽 먹기가 된 세상…

"어떠한 합의나 선처도 없다."

그 폭주하는 지라시 속에서 살아남은 배우의 일갈이 처연하게 들리는 오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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