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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양승태 기소, 공소장만 296쪽…사법농단 수사 마무리

입력 2019-02-11 17:54 수정 2019-02-1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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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검찰이 오늘(11일)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전직 대법원장으로서는 헌정사상 처음 구속된 데 이어 결국 법정에 서는 불명예도 피하지 못했습니다. 검찰은 또 구속영장이 기각된 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도 함께 기소하면서 8개월에 걸친 사법농단 수사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습니다. 오늘 최 반장 발제에서는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결과 발표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대한민국 건국 후 역대 대법원장을 지낸 인물은 모두 13명입니다. 이 가운데 4명이 정권이 교체되거나 정치권력과의 충돌 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요, 임기를 채웠지만 전두환 정권의 유태흥 전 대법원장은 인사파동으로 '법관 탄핵안 발의 1호'라는 불명예를 안았고 퇴임 후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처럼 오욕으로 얼룩진 사법부 70년 역사상 가장 큰 치욕은 바로 수의를 입고 재판에 넘겨진 전직 수장일 것입니다. 검찰은 오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했습니다.

[한동훈/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재판 개입, 법관 인사 불이익조치, 법관 비위 은폐 등 사건과 관련하여 구속 기소하고, 검찰은 판결 선고 시까지 최종적으로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은 300여 페이지에 달합니다. 검찰이 판단한 공소사실은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법원의 위상 강화와 이익 도모,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보호,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집행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첫번째 혐의인데요. 행정부로부터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강제징용, 전교조, 국정원 대선개입 등 재판에 개입합니다. 그리고 입법부를 상대로 서기호 전 의원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봤습니다. 대법원의 위상을 높이고 헌법재판소를 견제하기 위해 내부 정보를 수집하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결국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자신이 법복을 벗는 날까지 강조했던 사법부의 독립을 스스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양승태/전 대법원장 (2017년 9월 22일) : 정치적인 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루어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말 것입니다.]

통상 법원은 기소 뒤 2~3일 내에 사건을 배당하게 되는데요.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합의 재판부는 16곳입니다. 이 가운데 인사이동이나 퇴임이 예정된 7곳, 임종헌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업무량이 많아 제외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법농단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3곳을 제외하면 남은 것은 5개 재판부로 추려집니다. 이 가운데 형사합의 34, 35부는 사법농단 사건에 대비해 지난해 새로 만들어진 만큼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외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재판부를 제외하더라도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은 약 100여 명으로 추가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세밀한 경력까지 파고 들면 결국 아무 관련 없는 판사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이 시간 제가 국민께 송구스러운 것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제가 대표발의 했었던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점입니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이 그대로 남아서 재판을 하게 되는 상황이라서 공정한 재판이 될지에 대한 국민적 걱정이 매우 큰 상황입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앞서 한 두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도 재판에 넘겼습니다. 상당수 양 전 대법원장과 혐의가 겹칩니다.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차장도 판사 블랙리스트에 가담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습니다.

이로써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했던 사법농단 수사도 8개월여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관심이 쏠리는 인물은 바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입니다. 지검장 서열 1위인 윤 지검장은 지난해 6월 고검장 승진에서 제외됐었는데요. 고검에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적폐청산 등 중요한 현안 사건 처리를 위해 유임됐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런 와중에 오는 3월 1일 수원고등검찰청이 개청을 합니다. 관할 인구로만 따지만 서울고검 다음으로 많아 부산고검을 제치고 출범 직후 전국 2위가 됩니다. 현재 지방고검장 중 1명을 전보하는 것이 유력해 보이지만 윤석열 지검장을 고검장으로 승진시켜 보임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윤 지검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됐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돼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윤석열/서울중앙지검장 (2017년 5월 19일) :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소감? 글쎄. 갑자기 이렇게 너무 벅찬 직책을 맡게 돼가지고 깊이 고민을 좀 해보겠습니다. 어떻게 할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2년째 전국 최대 검찰청을 이끌며 국정농단 수사에 이어 사법농단 수사까지 이끌어왔습니다. 그만큼 차기 고검장 승진 1순위라는 관측이 나오죠. 참고로 검찰총장은 고검장급에서 임명하는 것이 관례인 만큼 고검장이 되는 순간 총장 후보가 되는 셈입니다. 이에 윤석열 지검장이 수원고검장을 거쳐 곧바로 차기 검찰총장으로 직행열차를 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고검장 부임 4개월 만에 총장 후보가 되면 야권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윤석열 검찰총장 카드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임기 때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양승태 구속 기소…사법농단 수사 마무리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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