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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았어, 잘 견뎠어" 늦게 배운 한글로 쓰는 '인생 시'

입력 2019-02-04 21:32 수정 2019-02-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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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설을 맞아 지금쯤 고향 가 계신 분들 많을텐데요. 사정이 있어 못 가신 분들도 이 영화 보시면 부모님께 전화 드리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출연자 평균 나이 80세, 뒤늦게 배운 한글로 시집까지 낸 전남 곡성의 시인 할머니들이 주인공입니다.

권근영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 눈 - 윤금순 >

마당을 쓸고 연탄을 가는 일상, 하루하루가 쌓여 인생의 사계절이 됐습니다.

[윤금순(82)/영화 '시인 할매' : 잘 견뎠죠, 잘 견뎠으니 이렇게 눈도 쓸고 살죠.]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전쟁과 가난을 겪으며 배움의 기회를 놓친 할머니들, 도서관 책을 거꾸로 꽂던 이들이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게 됐습니다.

할머니의 얘기를 듣다 보면 중년도 너무 젊습니다.

[박점례(72)/전남 곡성 : 50대만 되었으면 훨훨 날아다니면서 살 것 같다고…]
   
초등학교에 간 아들 숙제를 도와줄 수 없어 애가 탔던 기억.

글 배우고 나니 더 생각나는 돌아가신 부모님, 먼저 간 남편과 아들.

그리운 마음을 달력 뒷장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받아볼 수만 있다면
천국에 있는 남편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나 잘 살고 있다'고.

< 나의 한글 - 윤금순 >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겠죠.

가까운 이들이 더 애틋한 명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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