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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행사 나선 KCGI, 조양호 회장과 지분싸움 벌이나

입력 2019-01-21 16:54

"총수 리스크 줄여 기업가치 제고해야" 총수 일가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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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리스크 줄여 기업가치 제고해야" 총수 일가 정조준

실력행사 나선 KCGI, 조양호 회장과 지분싸움 벌이나

'강성부 펀드'로도 불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21일 한진그룹 측에 공개 제안서를 보내면서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총수(대주주) 일가 관련 위험요인을 줄이고 계열사 기업가치를 높이라'는 내용의 공개제안과 함께 자신들의 뜻에 동참할 주주들을 모집하고 나서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때 본격적인 지분싸움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 공개 제안서 무슨 내용 담았나

KCGI는 이날 발표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 공개 제안서를 통해 ▲ 지배구조 개선 ▲ 기업가치 제고 ▲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를 요구하면서 대주주인 조양호 회장 일가의 영향을 줄이겠다는 의도를 명백히 밝혔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를 강조했다.

KCGI는 주주가치 관련 중대 현안을 검토·심의할 '지배구조위원회'와 임원평가 기구인 '보상위원회',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임원 선임을 맡을 '임원추천위원회'의 도입을 제안했다.

이 가운데 지배구조위원회는 구성원 6명 중 경영진 추천 사내이사를 1명으로 제한하고 보상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또 임원추천위원회에도 사외이사를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KCGI는 제안서와 별도로 공개한 추가 자료에서 "한진그룹의 대주주 리스크는 그룹 전체 기업가치의 심각한 디스카운트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KCGI는 "2011년 이후 항공업계 수익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한진해운 편입, 대규모 항공기 도입정책 추진, 호텔·레저사업에 대한 무리한 투자 등은 오너 리스크로 인한 기업가치 및 지배구조 평가 훼손의 전형"이라며 "또 대주주 일가의 일탈 행위는 기업 이미지 실추에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배당수익과 관련해서도 진에어의 배당금이 상장 후에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소수 주주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배당정책을 유지해야 하나 대주주의 일방적 결정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진칼의 기업가치는 상장 계열사 가치를 시가로, 비상장사 가치를 장부가로 반영하면 2조4천714억원"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회사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오너 리스크를 줄여 지나치게 낮게 반영된 자회사 가치를 공정가치 수준으로 정상화한다면 기업가치를 3조6천억∼5조원까지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 KCGI, 조양호 회장과 지분싸움 나서나

KCGI는 "이번 공개제안에 대해 한진칼과 한진의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전향적인 자세로 응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들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또 "제안에 동참을 희망하는 한진칼, 한진 주주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며 제안서를 새로 개설한 '밸류한진' 홈페이지(valuehanjin.com)에 올리고 주주들로부터 이메일을 받는 코너도 설치했다.

사실상 주총 표 대결에 대비해 지분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KCGI는 산하 투자목적회사를 통해 한진 지분 8.03%, 한진칼 지분 10.71%를 확보해 두 회사 모두에서 2대 주주다.

한진의 경우 최대주주인 한진칼(22.19%)과 조양호(6.87%)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34.59%다. 또 한진은 최대주주인 조양호 회장(17.84%)과 특수관계인 9명이 지분 28.93%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KCGI가 현재 소유한 지분만 따지면 총수 일가 측 지분에 한참 모자란다.

그러나 또 다른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나 소액주주가 가세한다면 KCGI가 조 회장 일가를 상대로 지분싸움을 벌일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한진 지분 7.41%와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하고 있고 두 회사의 소액주주 비율은 48∼58%에 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도입한 국민연금은 최근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무엇보다 갑질 논란 등 연이은 물의로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다.

이사 선임은 보통결의 사항으로 출석한 주식 수의 50% 이상 찬성 및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 찬성 요건을 충족하면 된다. 결국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때 산술적으로는 지분싸움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KCGI가 이야기하는 문제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본다"며 "(총수 일가 관련)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악화한 여론을 배경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일반 주주들에게도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도 "KCGI가 기관투자자를 설득해 연대하고 다른 일반 주주들의 의결권을 대리 행사해 문제 있는 이사의 재선임 반대나 범죄 이력이 있는 경영진의 자격 박탈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 강성부 펀드, 왜 한진그룹 정조준했을까

KCGI가 한진그룹을 상대로 공격에 나선 주요한 배경 중 하나로는 '땅콩 회항', '물벼락 갑질' 등 총수 일가의 잇따른 일탈 행위가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킨 점이 꼽힌다.

특히 조양호 회장은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KCGI는 제안서에서 "한진그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글로벌 항공·물류 전문그룹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면서도 "후진적 기업지배구조, 과도한 부채비율, 불필요한 유휴자산 보유와 방만한 경영 등으로 시장에서 주식이 저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사가 주요 주주로서 감시·견제 역할을 활발하게 수행하면 한진그룹 전체의 기업가치 증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해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KCGI를 이끄는 강성부 대표는 국내 대표적인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로 꼽힌다.

대우증권, 동양증권,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채권분석팀장과 글로벌자산전략팀장 등을 거친 그는 신한금융투자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2005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보고서를 냈다. 지배구조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당시 이 보고서는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2015년부터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 LK투자파트너스 대표를 지내면서 요진건설산업, 현대시멘트, 대원, 풀잎채, 극동유화 등에 투자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기업지배구조 전문 투자회사인 KCGI를 만들어 독립한 후 11월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면서 2대 주주에 올랐다.

KCGI는 애초 경영권을 장악할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한진그룹을 상대로 점점 압박의 강도를 강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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