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아이를 눈 앞에서 무기력하게 떠나 보내야 했던 한 아버지의 절규, 어제(15일) 이 시간에 전해드렸습니다.
정부는 이같은 불행을 막겠다며 수천억 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 지역별로 권역외상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는 무너진 응급 진료의 최후 저지선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와 같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용할 수 없는 수술실에 이름만 올려 놓은 의료진 그리고 정작 중증 외상 환자는 거부하는 외상센터, 황예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이 환자를 소생실로 옮깁니다.
[이국종/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 췌장 파열돼서 서울에 경희대학교 병원에서 내가 헬기 띄우겠다고 했는데 거기서 필요없고 안 띄우겠대. 그냥 환자를 자동차로 보내버리고 있어 지금.]
지난해 말 지인에게 폭행을 당한 석 모 씨입니다.
췌장 파열로 내장기관이 녹아가는 상황.
애초 경희대병원에서 옮기려고 했던 곳은 가까운 의정부성모 권역외상센터였습니다.
[석 모 씨 어머니 : 맞았을 때 터진 거였는데 만 4일 만에 수술이 들어가는 거 아니야. 아휴, 못 산다.]
결국 경희대병원에서 40km 넘게 떨어진 아주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겁니다.
[권준식/아주대병원 외상전문의 : 복막염이 심하게 생겼어요. 그래서 수술은 절단되어 있는 췌장 기준으로 3분의 2 정도를 절단하는.]
성모병원 외상센터 측은 다른 환자들이 많아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
[의정부성모병원 관계자 : 응급수술이 있기 때문에 돈을 내면 받겠지만 더 가까운데 다른데 알아본다고 그렇게 얘기를 들은 거지.]
외상 환자를 돌볼 의료진이 부족했다는 겁니다.
이 병원의 권역외상센터 홈페이지입니다.
2017년까지 병원장이었던 전 모 교수가 의료진 명단에 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전 교수의 외래와 수술 건수는 0건.
해당 외상센터 의료진의 최근 6개월 당직표입니다.
다른 교수들의 이름은 보이는데 전 교수 이름은 보이지 않습니다.
권역외상센터 지침에는 의료진이 중증외상환자를 월평균 2명 이상 봐야한다고 나옵니다.
전 교수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연봉만 1억4400만원.
전 교수 측은 취재진에게 "수술에 참여해 조언과 어시스트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인천의 중증 외상환자를 책임지는 길병원 권역외상센터입니다.
1층에 수술실 간판이 보입니다.
수술용 침대와 마취기도 있습니다.
정작 수술도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간호사 A씨 : 그 수술실을 만들어놓고 거긴 사용하진 않고, 형식적으로 공간만. 창고로 써요 창고요.]
병원 측은 암센터 3층에 외상수술실이 따로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1층 수술실은 비상시에 사용하는 소수술실이라는 겁니다.
수술실 안 외상환자 전용 엑스레이 촬영기기입니다.
지난해 사용 내역을 살펴보니 5차례 테스트만 기록이 있습니다.
환자가 사용한 적은 없습니다.
[간호사 A씨 : 운영을 하면 손해 본다는 마인드도 있고요. 거기도 인력을 또 넣어놔야 된다는 거죠.]
길병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받으면서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80억원.
길병원 측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