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이름만 수술실, 환자는 거부…최후 저지선, 외상센터 '충격 실태'

입력 2019-01-15 23:27 수정 2019-04-08 15:5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기도 확보만 해줘도 살 수 있었는데"

[앵커]

오늘(15일) 뉴스룸의 시작은 어찌 보면 이국종 교수가 준 미션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살 수 있었던 아이들을 보내야 했던 아버지들의 절규, 어제 뉴스룸에서 들려 드렸습니다. 정부는 이런 불행을 막기 위해서,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서 지역별로 권역외상센터를 만들었죠. 전국 17군데로 지정된 권역외상센터들은 무너진 응급진료의 최후의 저지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상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불리우는 이국종 교수의 말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이국종/교수 (JTBC '뉴스룸' / 지난해 11월 8일) : 집중취재 같은 것으로 해서 한번 들여다보시면, 한 번만 들여다봐주시면 그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한번 그 예산이 어디로 갔는지를 한번 보십시오. 보십시오, 그게 어떻게 됐나.]

그래서 저희 탐사보도팀은 이 교수를 비롯한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 2달 동안 권역외상센터의 현실을 낱낱이 취재했습니다. 실상은 이 교수의 말보다 더 참혹했습니다. 사용할 수 없는 수술실에 이름만 올려놓은 의료진, 그리고 정작 중증외상 환자는 거부하는 외상센터.

먼저 황예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이 환자를 소생실로 옮깁니다.

[이국종/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 췌장 파열돼서 서울에 경희대학교 병원에서 내가 헬기 띄우겠다고 했는데 거기서 필요없고 안 띄우겠대. 그냥 환자를 자동차로 보내버리고 있어 지금.]

지난해 말 지인에게 폭행을 당한 석 모 씨입니다.

췌장 파열로 내장기관이 녹아가는 상황.

애초 경희대병원에서 옮기려고 했던 곳은 가까운 의정부성모 권역외상센터였습니다.

[석 모 씨 어머니 : 맞았을 때 터진 거였는데 만 4일 만에 수술이 들어가는 거 아니야. 아휴, 못 산다.]

결국 경희대병원에서 40km 넘게 떨어진 아주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겁니다.

[권준식/아주대병원 외상전문의 : 복막염이 심하게 생겼어요. 그래서 수술은 절단되어 있는 췌장 기준으로 3분의 2 정도를 절단하는.]

성모병원 외상센터 측은 다른 환자들이 많아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

[의정부성모병원 관계자 : 응급수술이 있기 때문에 돈을 내면 받겠지만 더 가까운데 다른데 알아본다고 그렇게 얘기를 들은 거지.]

외상 환자를 돌볼 의료진이 부족했다는 겁니다.

이 병원의 권역외상센터 홈페이지입니다.

2017년까지 병원장이었던 전 모 교수가 의료진 명단에 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전 교수의 외래와 수술 건수는 0건.

외상센터 의료진의 최근 6개월 당직표입니다.

다른 교수들의 이름은 여러번 확인되지만 전 교수 이름은 보이지 않습니다.

권역외상센터 지침에는 의료진이 중증외상환자를 월평균 2명 이상 봐야한다고 나옵니다.

전 교수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연봉만 1억4400만원.

전 교수 측은 취재진에게 "수술에 참여해 조언과 어시스트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인천의 중증 외상환자를 책임지는 길병원 권역외상센터입니다.

1층에 수술실 간판이 보입니다.

수술용 침대와 마취기도 있습니다.

정작 수술도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간호사 A씨 : 그 수술실을 만들어놓고 거긴 사용하진 않고, 형식적으로 공간만. 창고로 써요 창고요.]

병원 측은 암센터 3층에 외상수술실이 따로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1층 수술실은 비상시에 사용하는 소수술실이라는 겁니다.

수술실 안 외상환자 전용 엑스레이 촬영기기입니다.

지난해 사용 내역을 살펴보니 5차례 테스트만 기록이 있습니다.
 
환자가 사용한 적은 없습니다.

[간호사 A씨 : 운영을 하면 손해 본다는 마인드도 있고요. 거기도 인력을 또 넣어놔야 된다는 거죠.]

길병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받으면서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80억원.

길병원 측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탐사플러스 황예린입니다.

 
 

 

관련기사

'스포트라이트' 이국종 교수와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의 24시간 "같은 병원 수술 지연에 민건이 할머니도"…새 의혹 제기 '하늘 위 응급실' 닥터헬기…주민 민원에 센터 폐쇄 위기 [인터뷰] 이국종 "한 발자국도 개선되지 않는 현실…창피하다" '명예 해군중령' 진급 이국종 교수 "너무 큰 영광"
광고

JTBC 핫클릭